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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l 19. 2023

유리창 너머 그리운 당신

강화도 스페인 마을 갤러리에서



유리창 너머 그리운 당신


갤러리 유리창 안쪽이 붐빈다

걸려있는 꽃 그림을 보려고 키재기 한다     


그녀와 한 곳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어릴 적 시골집 꽃밭의 키 큰 달리아를

자전거로 들길을 달리며 스쳐간 코스모스를

여행 중 담 낮은 집 뜰 안에 있는 화려한 작약꽃을 기억해 낼까  

   

당신과 작별하던 날 하얀 국화의 슬픈 얼굴이 떠올랐다     

창문 밖으로 눈을 돌린다

희뿌연 날씨와 흐릿한 바다 어딘가에서

당신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 예쁜 공주 왜 이렇게 늙었남."   

  

나보다 더 젊은 당신이 환하게 웃는다    

당신은 아픔을 참으며 가르침을 멈추지 않았고

여름방학이 되어서야 서울 병원을 찾았었지

그땐 너무 늦어 손댈 수 없다고   

  

그렇게 당신은 우리 곁을 홀로 떠났다

유리창 너머 흐릿한 하늘 어딘가에서

예뻤던 우리 공주 내려다보며     


"많이 힘들었지?"


그래도 열심히 잘 살았다고 칭찬해 주시겠지

    

예쁜 공주 이제 착한 할머니 되어

언제나 다정하고 욕심 없던 당신을

그대로 닮아갑니다    

 

이제 42년 6개월

당신을 따라가던 예쁜 공주는 가던 길 멈추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 찾아 떠납니다.    

당신이 유리창 너머에서 지켜줄 것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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