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 담임교사 편지 낭독에 원아도 울고, 부모님도 울음바다
졸업은 '끝이란 의미와 또 다른 시작'이란 의미가 있다. 그동안 수많은 졸업을 마주했다. 나의 졸업이 있었고, 교사였던 내가 가르쳤던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이 있었다. 아들 둘을 키웠다. 초등학교 졸업을 시작으로 대학 졸업까지 졸업식 때마다 감동의 눈물과 기쁨이 교차했다. 아들의 마지막 대학교 졸업식은 벌써 10년도 넘었다.
지난주 여행 다녀오고 다음 날인 금요일, 오랜만에 졸업식에 다녀왔다. 첫 손자, 그것도 쌍둥이 손자 유치원 졸업식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퇴직했기에 초등학교 졸업식은 많이 보았는데 유치원 졸업식은 처음이라 궁금했다.
요즘 아이들이 줄어서 문 닫는 유치원도 많다고 하는데 손자가 다니는 유치원은 졸업생이 50명이나 되었다. 두 반이라서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서 졸업식이 진행되었는데 쌍둥이 손자는 금요일 12시 30분에 시작되었다.
쌍둥이 손자와 아들 며느리 그리고 남편과 내가 한차로 출발했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따로 오셨다. 졸업식은 유치원 강당에서 진행되었는데 유치원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학부모님이 의자에 앉아 계셨다. 우리는 자리가 없어서 뒤쪽에 서서 졸업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졸업식에 참석한 가족들의 손엔 꽃다발과 선물이 들려있었다.
앞쪽에는 졸업하는 원아 26명이 앉을자리가 있었고 뒤쪽에 학부모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유치원은 강당도 좁았고 학부모님께서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는지 의자가 부족하여 뒤쪽에 서서 졸업식을 참관해야겠다. 우리 집만 해도 쌍둥이 손자 말고 여섯 명이나 참석했으니 자리가 좁을 수밖에 없다.
식순에 의해 개회사와 국민의례가 있었는데 유아들이 애국가를 어찌나 힘차게 잘 부르는지 참석하신 분들 얼굴에도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힘찬 애국가였다.
감동되었던 특별상과 부모님 상장 수여
요즘 초등학교 졸업식도 몇몇 우수 학생을 위한 졸업식이 아닌 모든 학생을 격려하는 축제 같은 졸업식으로 모든 학생에게 상장을 수여한다. 유치원 졸업식에서도 '친구들 추천상'이 있었다.
'성실 근면상, 바른말 고운말상, 예절 바른 어린이상, 탐구하는 어린이상, 표현을 잘하는 어린이상'이었는데 상장 이름만으로도 졸업식이 빛났다. 상장받으며 자신감과 자부심이 느껴져서 유아들에게 오래 기억에 남는 행복한 유치원 졸업식이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쌍둥이 손자는 어떤 상을 받을까 기대되었는데 평소의 모습으로 볼 때 '탐구하는 어린이상, 표현을 잘하는 어린이상'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내 예상이 맞아서 한 명은 '탐구하는 어린이상'을, 한 명은 '표현을 잘하는 어린이상'을 받았다. 이 상은 유치원 친구들이 추천하는 상이기에 상장받는 손자를 보며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다음으로 원아들이 부모님께 드리는 상장을 수여했는데 쌍둥이 손자가 엄마에게는 '인사이드아웃 기쁨이상'을, 아빠에게는 '게임 레벨 100상'을 수여했다. 평소에 집에서 플레이 스테이션 5로 함께 게임을 하기에 게임 잘하는 아빠가 자랑스러웠나 보다. 부모님상을 보며 평소의 가정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한 분 한 분 상장을 받을 때마다 웃음이 퍼져 나갔다.
대부분 유아가 평소에 부모님이 잘하는 부문에 상장을 주었는데 상 이름에서 유아다운 매력이 느껴졌다. 또한 졸업식에서 부모님께 상장을 수여하는 것은 처음 보아서 무척 새로웠다. 부모님 상장 수여를 보며 유치원에서 유아들에게 평소에도 인성교육을 잘 시키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3년이나 이곳 유치원에 보낸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울음바다가 된 담임교사의 편지 낭독
상장 수여가 끝나고 1년 동안 원아들과 함께 한 노벨반 담임선생님의 편지 낭독이 있었다. 유아들에게 고마운 점, 대견한 점,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 등을 동화처럼 낭독해 주었고 부모님께도 감사한 점 등을 말씀했는데 여자 유아들이 눈물을 훔치며 울었고, 뒤쪽에서 듣고 있던 엄마들이 한 분 두 분 눈물을 훔쳤다.
유치원생인데 졸업식에서 우는 모습을 보니 '유치원 생활이 즐거웠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담임교사와 헤어지는 것이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여자 유아들이 감수성이 풍부했다. 남자 유아 중에 우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물론 우리 쌍둥이 손자도 울지 않았다.
엄마들에게는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있었던 기쁜 일, 슬픈 일, 어려운 일 등이 지나갔으리라 생각된다. 유치원을 보내며 힘든 일도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큰아들은 결혼하고 5년 만에 낳았고, 그 후 1년 6개월 뒤에 작은 아들을 낳았다. 그런 아들이 쌍둥이 손자를 낳았고 어느덧 자라서 유치원을 졸업한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깊었다. 첫 손자가 그것도 쌍둥이 손자가 이만큼 건강하게 잘 자란 것 같아서 나도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옆에 있던 며느리도 눈물을 글썽였다.
이제 유치원을 졸업하고 3월 4일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쌍둥이 손자가 어찌나 대견한지 유치원 졸업 가운을 입은 손자가 자랑스러웠다. 폐회사를 마치며 2부 행사는 유치원 마당 특별 무대에서 진행되었다. 아직 바람도 불고 추웠지만, 특별한 날이니만큼 좋은 자리가 되었다.
1시간 30분의 졸업식에 의젓하게 앉아있는 유아들
유치원에서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는 의미로 전문 아티스트인 뮤지컬 배우 남자, 여자 두 명과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를 초청하여 2부 행사를 진행하였다.
첫 무대는 유치원 졸업생들이 합창과 율동으로 윤일상의 '내가 바라는 세상'을 불렀고, 뮤지컬 배우가 유아들이 좋아하는 '겨울왕국 ost'와 요즘 인기 있는 사랑의 하츄핑의 '처음 본 순간'을 불러주었다. 학부모님들께서는 준비해 간 응원봉을 흔들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뮤지컬 배우가 '부모의 노래'를 부를 때 또다시 엄마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만큼 자녀를 키우느라 맘고생이 많았을 거다.
우리 집은 주중에는 외할머니가, 주말에는 할머니인 내가 돌봐주고 있어서 그래도 아들 며느리는 마음 편하게 직장생활을 하였기에 조부모 찬스가 있는 우리 집이 얼마나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1시간 30분의 졸업식에 의젓하게 앉아있는 유아들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졸업 앨범과 선물로 유아용 캐리어를 받았다. 캐리어는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손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졸업 선물을 받는 것이 초등학교와 다른 점이다.
평소에 플래시 불빛을 무서워해서 사진 찍는 것을 싫어했던 둘째 연우가 졸업 앨범 사진이 정말 예쁘게 나와서 함께 식사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앨범을 보며 사진 파일을 받아서 크게 확대해서 액자에 끼워야겠다고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 유치원 졸업식을 보며 우리 아들들의 졸업식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동이 느껴졌다. 역시 손자는 귀하고 예쁘다. 어린 유아들이 졸업식 내내 바른 자세로 참관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기특한지 모르겠다.
오늘 졸업한 유아들이 각자 흩어져서 집 근처 초등학교에 입학하겠지만, 지금처럼 해맑게 자신감을 가지고 즐겁게 초등학교 생활하기를 바란다. 더불어 저출산 국가가 아닌 아이가 많은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 본다. 정성껏 졸업식을 준비해 준 유치원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