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뭐. 생각해 보니 그렇다. 스토리 기자도기자지 뭐. 글 쓰고 내 이름을 단 글이 발행되잖아.
나는 EBS에 출근하지 않는다. 너무 멀다. 우리 집에서 일산까지 매일 출근하라면, 어휴. 그건 아니다. 가끔 취재하러 EBS에 다녀오면 오고 가면서 기절하듯이 자는데도 다녀오면 피곤하다.
그럼 명색이 기자인데 난 뭐 하냐고?
나는 집에서 타자를 친다. 탁, 탁, 탁.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즐겁기도 했지만 외향적인 활동을 즐기는 성격인 내게는 우울증이 찾아올 정도로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에게 EBS story 기자단 10기의 활동 시작은 엄청난 전환점이었다. 10,11,12 기의 활동을 통해 사회 각지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엄청난 기자님들을 많이 만났고, 그분들과의 교류와 취재활동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나는 아들도 EBS 활동에 끌고 다녔다. 특히 상 받을 때. 자부심을 느껴라, 아들.
우리 집은 EBS의 팬클럽이다.
아이는 뽀로로, 번개맨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펭수를.
친정 엄마는 세계 테마 기행으로부터 모든 다큐를.
나는 ‘EBS 부모’와 ‘세나개’를 보며 매회 차 울고 웃는다.
아들의 목표는 펭수 인터뷰와 세나개 출현이었고(우리 집에는 일단 개가 없는데) 이번에 설채현 쌤 인터뷰에 따라옴으로써 일부 성사되었다.
나의 야무진 계획은 세계 테마 기행에 출현하는 것이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니 일반인 참여 언젠가 다시 하겠지. 일반인 참여자 인터뷰만 해봤는데, 이제 인터뷰 당해보고 싶다. 그리고 우리 엄마가 보시는 TV에 나가봐야지.
EBS는 나를 꿈꾸게 만들었다.
세계 테마 기행에 출현은 못했어도 일단 출연자 인터뷰는 해봤으며(일단 한보 전진을 위한 전략으로) 라디오 진행자가 꿈이었는데 한밤중에라디오 부스 취재를 갔던 것도 정말 신났다.
사람들은 말한다. 돈도 별로 안되는데 왜 하냐고.
왜냐고? 재미있으니까.
각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프로그램 내용도 다 새롭고 재미있다.
그리고 취재 후에 내 손에서 글이 탄생하는 것도 재미있다. 비록 시간의 압박이 있지만.
물론 투자되는 시간에 비하면 돈이 안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회사에서 사장님이나 부사장님이 나오셔서 내 아이와 악수해 주시겠는가. 12기 해단 때 사장님께서(부사장님이시던가?) 오셔서 내가 끌고 간 아들과 악수해 주셨었다. 아이는 두고두고 사장님과 악수한 일을 이야기했다. 어찌 내가 EBS의 팬이 되지 않을 수 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