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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Jul 22. 2022

서초 FM 통통팟 진행기

-여러분, 중국 드라마를 아세요? 모르신다고요.......

‘서초FM 팟캐스트 라디오를 진행하실 분을 찾습니다.’

복지관 엘리베이터에서 이 문구를 보았을 때 나는 또 매료되었다. 나의 꿈 중 하나가 아나운서였다고 얘기 했었던가. 나의 꿈은 대체 몇 개인가.


나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누군가 붙들고 3시간 이상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라디오 진행자도 될 수 있고 책도 쓸 수 있다고 하던데. 나는 주저 하지 않고 지원했고, 합격했다.     

이제 다들 아시겠지만 나는 돈 벌이가 될 것들보다 자원봉사에 훨씬 관심을 많이 가지는 편이다. 이번 팟캐스트 라디오 진행자도 자원봉사 활동이었다. 처음에 교육 이수를 받고서 실습에 투입된다. 나는 1기 진행자여서 장비가 모두 새것이었다. 우왓.    

  

처음에 내가 다른 진행자 분들과 함께 기획 했던 것은 ‘마을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다. 서초에 관련된 것이 좋다고 해서 서초구에서 일어나는 이모저모를 전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내 관심사가 아니었으니.   

 

나는 이런 저런 아이디어로 연명하다가 마지막에 중국드라마를 소개하는 ‘중드,뭐볼까?’ 코너를 진행하게 되었다. 코로나를 틈타서 생긴 코너였다. 

코로나 때 급격히 할 일이 없어졌었던 나는 아이를 가르치는 것 이외의 시간은 인터넷 플랫폼으로 드라마를 보며 지내기 시작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중국드라마를 보기 시작했고 한 드라마를 20번씩 보는 엽기 행위를 뽐내다가 드디어는 최신 중드를 중국어로 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까닭으로 나더러 중국드라마에 대해 3시간 떠들라고 하면 망설이지 않고 떠들 수 있었던 나는 주저없이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대본? 그깟거. 내가 본 드라마가 몇 편인데. 거기다가 4번 이상 돌려 보거나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대본을 읽어서 녹음했던 드라마도 몇 편씩이나 되었으니 나에게 대본 쓰는 것쯤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녹음 후에 남편이나 아들에게 억지로 듣게 해서 피드백을 들어보니 내가 라디오를 진행할 때 너무 인공적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었다. 어헐. 그렇군. 나중에 내가 객관적인 귀로 들어보니 내가 방송용으로 굉장히 신경쓴 목소리를 냈는데, 그것이 참 듣기 거북했다.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가지고 녹음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그 후로는 기회가 없었다. 코로나가 심해져서 녹음하러 가기도 힘들어졌고 중국드라마에 다들 큰 관심이 없었는지, 아니면 서초구 소식을 전하거나 교육적인 내용을 방송해야 하는데 아니어서 그랬는지 자꾸 주제를 변경했으면 좋겠다는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음. 그럼 중국 드라마 얘기는 어디서 하지? 네이버 오디오 클립 계정이라도 파야겠군. 나는 또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옆에서 엄마가 또 한 소리 하기 시작하신다. "그만 좀 해. 그러니 뭘 하고 있는지도 햇갈리지."   


지금 서초FM 통통팟을 녹음하러 가는 것은 내가 아니다. 아들인 윤군이 초등 4기 활동가로 합격하여 ‘초딩 리포터’를 하고있다. 아들이 녹음하니 나도 슬슬 질투가 나기 시작한다. 나도 뭐가 시작해야하는데. 


나도 지금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번에는 어떤 주제로 바꿔 볼까? 3시간 수다는 일도 아닌데. 나는 또 다음 방송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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