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신애 Aug 01. 2022

余生,请多指教。(여생청다지교)

-샤오쟌, 양쯔 (배우들 이름만 들어도 대작이죠?)

안녕하세요, 중드, 뭐 볼까의 김신애입니다. 오늘은 인기 최고의 배우 샤오잔의 최신작을 가져왔습니다. '이번 달에 한다더라, 다음 달에 한다더라.' 하면서 계속 밀렸던 '여생청다지교 余生,请多指教'입니다. '남은 생, 잘 부탁드려요'라는 의미죠.


정말 인기가 많은  肖战(샤오잔) 배우의 작품인데도 저는 전혀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왜였을까요? 글쎄요. 10화가 넘게 올라오도록 볼 생각이 없었네요. 그런데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는 정신없이 빠져서 매일매일 올라오는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이 드라마가 매일 두 회씩 올라왔었거든요. 방영 당시에는 자막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어로 거의 다 알아들으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제가 너무 몰입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매일 중국어를 가르쳐주신 중국어 덕후 박현정 선생님 덕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해봅니다. 감사해요, 선생님. 게다가 샤오잔 배우 발음이 진짜 정확하게 들려요. 이 배우의 딕션이 좋기 때문이겠죠?


이 드라마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소개해 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 경험과 주인공의 경험이 너무 비슷해서 제가 어떤 드라마보다 이 드라마에 몰입하여 보게 되었거든요. 주인공 林之校역할을 맡은 양쯔 배우의 집안 사정은 정말 저의 경우와 매우 흡사했어요. 제가 쓴 에세이 '아빠, 우리 이제 그만 화해해요.'에서 밝혔던 것과 같이 저도 저의  아버지와의 갈등 그리고 아버지의 암 발병을 겪었는데,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도 같은 과정을 겪습니다. 그 사이 생기는 문제들도 저와 너무 비슷해요. 사실 마지막까지 저의 상황과 무척 비슷했기 때문에 속상하기까지 하더군요.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매우 좋습니다.

우선 양쯔의 아빠 林老师, 연기를 너무 잘하십니다. 저희 아빠와는 닮은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와 아빠와의 관계와 여주와 아빠와의 관계는 진짜 비슷하게 느껴졌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아끼고 사랑하지만 서로를 이해해주지 못하고 팽팽하게 대립하거든요.


샤오잔이 연기한 역할인 의사 顾医生, 顾魏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之校를 만나고, 여주에게서 격려를 받으면서 의사로서도, 남자로서도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서로 완벽하게 반대인 성격인 두 사람이 점점 스며드는 과정도 예쁘게 그리고 있습니다.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주더군요. 다들 왜 샤오잔, 샤오잔하는지 알았어요. 이 배우가 표정 연기의 대가입니다.

여주인 之校는 첼로 연주자로 나옵니다. 그런데 사실 양쯔가 첼로 연주를 할 때마다 전혀 첼로 연주하는 폼이 아니어서  약간 실소를 금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면서 샤오잔은 여주인공에게 반하는 표정을 보여줍니다. 음. 그러니까 샤오잔이라는 배우는 빈 공간을 향해서도 사랑에 빠지는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배우라는 이야기가 되겠죠. 정말 대단합니다. 그 표정을 보면 샤오잔을 좋아하지 않기 힘들거든요.


연애하는 과정도 정말 동감 가능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다른 드라마에서의 허무맹랑한 돈 많은 사장님의 사랑보다 훨씬 현실적인 고민들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커플의 서로의 감정의 차이나 원하는 것들의 차이, 혹은 직업의 차이로 생기는 일들을 보여주는데, 공감이 많이 가더군요. 특히 남자 주인공이 의사라 시간이 많이 없고, 여자 주인공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를 원해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흔히 우리가 겪는 갈등의 모습이에요.


그리고 남주가 직업적 곤란을 겪으면서 생기는 일들도 굉장히 현실성이 있습니다. 

또한 모든 남자들은 아니지만 보통의 많은 남자들이 보여주는 답답한 모습도 보여줘서 저는 무릎을 치며 공감했어요. 어려움에 처하거나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 의논하기보다는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가 버리는 모습이 바로 그것인데요, 저의 남편도 그러더라고요. 처음에 그걸로 많이 싸웠죠. 암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의논 없이 가족들 앞에서  상처를 주고 숨어 버린 일로 분노한 여주가 도피하고 있는 남주를 찾아가서 처음으로 욕을 퍼부으며 정신 차리게 하는 장면이 있어요. 저는 정말 그때 나오는 대사를 모두 외워서 말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발로 우선 남자 주인공을 차고, 되게 빠르게 퍼붓는데, 외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장면을 보면서 속이 다 시원했거든요. 몇 번을 돌려 봤는지 몰라요.


여자 주인공인 양쯔 배우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애교, 절망, 의지, 슬픔, 쏘아붙이는 것까지. 끝으로 갈수록 남주인 샤오잔보다 양쯔가 마음에 담기게 되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것이 많아 보였고 비슷한 환경과 비슷한 일을 겪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 대본도 너무 좋았습니다. 대사 한 줄 한 줄이 저에게는 와닿았었어요.

서로 사귀기 시작한 첫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주 보며 전화를 합니다. 그때 샤오잔이 양쯔에게 건네는 인사, '早安,我的女朋友。'(좋은 아침이네요. 나의 여자 친구.). 이 대사는 화려한 연애의 서막이었죠. 그 반면 청혼한 날 밤, 전화를 걸어서 샤오잔이 양쯔에게 건네는, '晚安,老婆。'(잘 자요, 부인). 이 대사는  그 화려한 연애를 끝내고 마침내 식구가 되는 순간을 의미하는 듯했습니다. 캬, 대본 참 좋고.


이 드라마는 가족, 그리고 '관계'에 관해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상호관계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려는 듯한 드라마였어요. 어느 한쪽이 다 잘못하고, 한쪽이 다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여생을 걸어간다는 것. 그 의미를 돌아보게 해주는 드라마였습니다.


마지막 회까지 다 보고 나니, 저도 돌아가신 아빠가 많이 보고 싶어 졌습니다.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저에게는 정말 아름다운 이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오늘은 다소 감상적인 드라마 소개 '여생, 청다지교'였습니다. 중드, 뭐 볼까? 김신애였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안녕.




이전 22화 개단(开端)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