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4. 목)
생장피에드 포르(Saint-Jean-pied de port)의 숙소 창밖 풍경은 어린 시절 동경하였던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소설 속 배경 같은 분위기입니다. 피레네의 눈이 녹아 흐르는 맑은 시내와 까만 돌다리가 봄 햇살을 받아 고운 빛깔로 반짝입니다. 아치(야고보의 문)를 지나며 양 옆으로 늘어선 200년에서 400년 된 집들이 낡은 로마네스크식 성당과 조화를 이룬 골목이 고색창연합니다. 중세의 성벽을 따라 걷는 산책길은 조망이 좋습니다. 숙소가 조금 높은 곳에 있어서 마을 아래로 펼쳐진 풍경과 멀리 건너편 피레네 산맥 동쪽 능선도 보입니다.
드디어 산티아고 순례길의 여정에 들어섰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아침 식사 시간, 식당에는 다양한 나라의 순례자들이 식사 중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눌 때 앞에 앉은 순례자가 한국말로 인사를 합니다. 어제 기차를 타고 올 때 얼핏 보았는데, 이제야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혼자 걷는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어제 늦은 시간 도착하여 이틀 묵기로 한 것은 순례길 준비 시간을 여유 있게 해 주었습니다. 현지 적응이 늦은 우리에게는 거의 신의 한 수였습니다. 하룻밤 자고 나와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자 카드(2유로)를 발급받고, 첫출발 도장을 받습니다. 가리비도 얻어 배낭에 달아 초보 순례자의 모양을 갖춥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안내받은 지도를 펼쳐 들고 내일 걸어가야 할 방향을 찾아 사전 답사를 합니다.
생장피에드 포르(Saint-Jean-pied de port)는 스페인 국경과 맞닿아 있는 곳으로 어디를 가든지 짙푸른 물빛의 니베(Nive)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또한 프랑스 파리(Paris), 베즈레이(Vezelay), 르퓌(Le Puy)에서 출발한 3개의 까미노 길이 만나는 곳, 프랑스 길 순례자들의 첫 출발지, 그리고 1807년에 나폴레옹 포병대의 스코트 장군이 스페인을 침공하기 위하여 지나던 마을이라고도 합니다. 순례자 사무실 옆의 오래된 건물인 주교의 감옥(La prison des Eveques)을 지나, 발코니가 특징인 바스크 지방의 독특한 건물, 반지르르한 돌이 깔린 좁은 골목, 니베 강을 가르 지르는 다리, 아치형의 노트르담 문, 마을의 상징인 노트르담 뒤부뒤퐁 성당(Notre-Dame-du-Bout-du-Pont)등 마을 곳곳에 778년 롤랑(Roland)과 샤를마뉴(Charlemagne)의 군대가 남긴 역사적 흔적들로 발길 닿는 곳이 유적지이고, 카메라를 대는 곳이 액자가 되는 마을입니다.
파릇한 초원에는 노란 민들레가 4월 제주 유채꽃처럼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거기에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의 하모니에서 충만한 에너지를 받아 한없이 평안해집니다.
어제 6시 몽파르나스역에서 열차 타고 오는 내내 <연금술사>(The Alchimist)를 읽었다.
여행의 또 다른 묘미 중 하나는 독서이다. 이 번 여행의 동반 서적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The Alchimist)와 <순례자>(The Pilgrimage) 그리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스페인 기행>이다. 물론 여행지와 관련 있는 독서여야 두 가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활동이 시너지를 낼 터이다. 보르도를 거쳐 바욘까지 4시간 남짓 시속 235km 정도로 달리는 열차 창밖에 펼쳐진 평원은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하다. 포도밭과 밀밭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가끔씩 강이 흐르고 지베르니 같은 늪지대도 나온다. 잘 구획되고 부유한 전원의 농가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바욘(Bayonne)은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 바욘 사원(Byon Temple)을 연상케 하는 어감을 지닌 프랑스 남서부 휴양도시이다. 근처에 비아리츠(Biaritz) 해변이 있다. 1899년 처음 문을 열었다는 <PAUL>이라는 빵집에서 커피와 크로와상과 초코 입자가 들어간 짭짤한 빵을 점심으로 먹었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우베르쉬르우아즈의 ‘고흐의 예배당’보다도 훨씬 작고 빛바랜 성당이 있다. 성당 앞 광장의 테이블에서 담소를 나누는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의 표정을 기억에 남겨 둔다.
한 시간 정도 지나 아담하고 귀여운 바욘 역사로 들어가 한 량짜리 열차를 탔다. 한 량짜리 열차는 처음이다. 이 열차는 바욘에서 캄보 레뱅(Cambo Les Bains)까지만 운영한다고 한다. 기차를 타고 30여분 가니 역 앞에 25인승 리무진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간혹 기차가 ‘생장피에드 포르 (St Jean Pied de Port)’까지 가기도 하는데, 오늘은 셔틀버스가 운행되는 날인가 보다. 버스는 피레네 산맥의 줄기가 높이 솟아 있는 방향의 골짜기로 난 길을 굽이굽이 달린다. 앞 좌석과 그 건너에 앉아 있는 사람 둘이 각자의 트레킹 무용담을 나누는 목소리가 차 안의 어색한 정적을 깬다.
‘ 생장피에드 포르 (St Jean Pied de Port)’ 는 피레네를 경계로 스페인과 국경을 나눈 프랑스 서부 최남단의 작은 휴양지이다. 산티아고 프랑스 길의 출발지이자 각각 다른 루트로 이곳까지 온 순례자들에게는 피레네를 넘기 전 숨을 고르는 휴식처이다. ‘통로의 발치’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과거 중세의 십자군과 순례자, 무역상들, 샤를마뉴(카를 대제)와 나폴레옹의 군대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이 피레네를 넘기 전 최종 준비와 점검을 하던 곳이었다.
피네네 산맥을 넘으면 스페인 영토이나 ‘통로의 발치’인 만큼 국경을 넘을 때의 까다로운 절차가 없는 것 같다. 특히 우리 순레자들에게는 프랑스 생장피에드 포르에서 발행한 확인증이 여권과 비자를 대신하는 것이다. 국경은 있지만 이 곳 바스크(Basque)지방은 바스크어를 사용하는 결속력 강한 집단이 원래부터 살았던 곳이라 국경의 의미를 최소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숙소를 내려와 저녁으로 특별히 양고기를 주문해 먹었는데 약간의 누린내를 극복하며 맛나게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숙소는 성곽길의 높은 자리에 있어 마을 아래 풍경과 건너편 피레네 산맥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둠 속 은은한 야경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 준다.
다음 날 아침 첫날 갈 루트를 순례자 사무실에서 건네준 지도와 길 안내를 상기하며 확인해 두었더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제 내일부터는 걷기만 하면 된다.
점심 먹을 식당을 찾다가 ‘순례자 정식’이라는 생소하지만 곧 익숙해질 메뉴에 호기심을 풀 요량으로 속소 근처 골목의 어둑한 식당에 들어가려 했더니 아직 준비 중이란다. 골목을 내려가니 큰 길가 식당 야외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식사를 한다. 식당 옥외에서 햇살을 받으며 즐거운 표정으로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13유로짜리 ‘오늘의 접시’와 맥주 250cc를 주문했다. 엄청난 크기의 짜고 맛없는 스테이크가 나왔다. 다행히 치즈 맛의 빠에야(paella)는 짜지 않고 먹을만했다. 맑은 햇살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푸른 하늘빛만으로도 대만족이다.
다시 골목을 걷는다. 시내를 따라 난 오솔길을 걷다 개울가에 자리를 펴고 앉아 책을 읽는 젊은이를 보았다. 한가로운 그 풍경을 뒤로하고 우리도 긴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자리를 찾아 각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책을 읽다가 잠깐 눈을 붙였는데, 짧은 순간이었지만 일어나니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다.
생장피에드 포르 볼거리(한국순례자협회 자료 참조 요약)
1. 생장피에드 포르 성 (La Citadelle)
생장피에드 포르 성 70미터 이상의 높이로 멘디귀렌(Mendiguren) 언덕에 세워진 성채입니다. 1625년에 건설되다. 시즈 산악 패스에 이르는 중심 도로이자 피레네를 넘어 스페인으로 향하는 핵심 포인트인 이 지점이 프랑스로서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2. 로열 반달 전망대 (Demi-lune Royale Viewpoint)
계곡과 산 중턱의 동굴 너머 펼쳐진 훌륭한 풍광을 즐길 수 있으며 작은 첨탑이 있는 시장의 관사(Pavillon des Gouverneurs)로 연결되는 도계교의 아래에는 269개 계단이 있는 도보로가 있다. 이 길은 니베 강둑에 위치한 교회 애프스 옆 이쇼게트 문(Porte de l’Echaugette)자락까지 연결된다.
3. 야고보의 문 (Porte de Saint-Jacque)
1998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문은 순례자들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전통적인 출입구이다. 프랑스인들은 생장르비유, 마들렌 지구를 거쳐 이 문을 통과해 론세스바예스로 향했다.
4. 주교의 감옥(La prison des Evêques)
메종 라보르드(순례자 사무실)에서 정원으로 구분되어 떨어져 있는 주교의 감옥은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 중 하나인데, 각기 다른 두 가지 역사적 사실을 동시에 연상시킨다. 주교좌 도시로서의 역할은 교황 분열기(14세기 후반~15세기 초반)에 바욘 교구의 주교를 찾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최소 18세기 말까지도 유명했던 감옥으로서의 역할이었다.
5. 아르캉 졸라 저택 (Maison Arcanzola)
1510년의 가장 오래된 명문을 가지고 있다. 벽돌이 헤링본 패턴으로 채워진 목재 골조로 구성된 상층부와 가장 오래된 비문인 ‘아뇨 1510’라는 표식이 화살촉 무늬 벽돌의 상부 목재 프레임으로 유명한 이 집의 상인방에 새겨져 있다. 상업이 활발한 이 도시의 역동성을 보여주듯 이 저택의 지상층은 모두 큰 상점들이 차지하고 있다. 1531년 장 드 마요르가(Jean de Mayorga)가 이곳에서 태어 났는데, 이 예수회 수사는 카나리 아일랜드에서 위그노 교도의 사나포선에 의해 순교하였다. 천장을 받치고 있는 기둥 중 하나에 이 순교자를 기념하기 위한 작은 하얀색 십자가가 새겨져 있다.
6. 노트르담 뒤퐁 성당 (Notre-Dame-du-Bout-du-Pont)
프랑스 바스크 지역에서 바욘 대성당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고딕 양식 건축물로 1212년 라스 나바스 데 톨로사(Las Navas de Tolosa) 전투에서 무어인을 격퇴한 기념으로 나바레의 왕, 산초 엘 푸에르테에게 헌정된 것이다. 13세기 초반 건물 원형이 남아있는 성모승천 성입니다. 회랑은 19세기에 증축되었는데 바스크 전통에 따라 남성만 이용할 수 있었다. 장엄한 분홍빛의 사암 파사드는 조각된 기둥과 기둥머리의 고딕 문을 더욱 특색 있게 만든다. 내부에는 19세기에 추가된 두 개의 통로와 두 층에 걸친 좌석으로 된 넓은 신도석이 있으며, 다변형(polygonal)의 성가대석 양쪽으로 두 개의 륄로 삼각형 형태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이 도시와 나바레 왕국의 문장을 그려내고 있다. 최근 복구된 카바이예 콜(Cavaillé Coll) 오르간으로 아름다운 미사곡이 연주된다.
7. 라라뷔레 저택 (Maison Larrabure)
시타델가(Rue de la Citadelle) 7번지는 예전 생장피에 드포르 교구의 사제관이었으며, 현재는 문화 관련 물품들과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예술 작품들까지 다채로운 각종 전시회가 열린다.
8. 프랑스 문 (Porte de France)
그 이름의 유래가 프랑스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서 유래한다. 이 성의 설계는 다른 성문의 것들과 비슷하다. 프랑스로부터 오는 군대가 이 문을 통하여 들어왔다.
9. 스페인 문 (Porte d’Espagne)
1840년대에 도시의 성벽에 건설된 문으로 피레네를 넘는 널찍한 중세 도로 쪽으로 향해있다. 산티아고 피레네 산맥을 넘어서 론세스바예스로 향하는 순례자들이 첫날 반드시 지나야 하는 문이다.
10. 노트르담 문 (Porte de Notre-Dame)
니베 강을 가로지르는 오래된 다리와 에스파뉴 거리(Rue d’Espagne)를 향해 있으며, 성문 타워의 상단에는 세례자 요한의 성상과 자애로움의 상징인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도시를 굽어 보고 있다.
11. 나바레 의회 (Maison des États de Navarre)
나바레의 의회는 일종의 나바레 왕국의 삼부회로, 1610년 카르투슈 양식의 입구를 가진 17세기 건축물이다.
12. 산티아고 순례자 사무소 (Accueil des Pèlerins de Saint-Jacques-de-Compostelle)
베아른(Béarn) 출신 양모(羊毛) 거상 다비드 드 푸레 (David de Fourré)가 18세기 초반에 지어진 루이 14세 풍의 도시형 저택인데, 1950년부터 생장시 시청사로 이용하고 있다.
13. 나바레 문 (Porte de Navarre)
중세 담벼락 사이에 위치한 이 문은 첨두(尖頭) 아치와 통로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문은 중세 시장 터였던 교회 앞 작은 광장을 향해 열려 있다. 옛날에는 시장의 가판대로 물건을 운송하려던 수많은 이륜마차, 수레, 마차들이 빼곡히 이 문을 빠져나가곤 했다.
14. 이예라베리 다리 (Pont d’Eyheraberry)
바스크의 새로운 물방앗간이라는 뜻으로, 프랑스 혁명기에 국가적 축제나 애국적 행사가 행해졌던 아름다운 실외 공간으로 송어가 노니는 맑은 물 위로 돌로 만들어진 홍예다리로 로마 시대의 것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15. 생장피에드 포르 시장 (Le Marché Ville de Saint Jean Pied de Port)
함께 모이고 새로운 소식과 견해를 서로 나누는 최적의 장소인 월요 시장은 생장피에드 포르의 또 다른 명물이다. 이 도시와 주변의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이곳의 친근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시장으로 주로 지역 공예품과 직물, 가죽제품 등을 파는 가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