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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총 Aug 31. 2022

Ep.10 이직여행-3

35살, 나는 해고당했다.

대표의 연락을 기다린지 3일째가 될 무렵,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대표 : "혹시..스톡옵션을 더 추가해서 드리는 조건은 어떠실지요? 이미 확보된 투자금도 말씀드렸듯이 있는 상황이구요. 스톡옵션은 투자금이 들어오기전의 금액으로 설정해서 지분 퍼센트를 올려서 제안드립니다."


대표는, 내가 기다렸던 재택근무와는 다른 얘기를 꺼냈다. 스톡옵션..정말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우선이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였지만, 귀하게 찾아온 아이였기에, 만에 하나의 경우를 고려해 아이를 생각한 결정을 하기로 했다.


딱총 : "아 네, 스톡옵션까지 제안주시고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제가 그 부분은 생각지 못하기도 했고, 저는 주2회 재택근무가 보장되어야 근무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대표님 답변도 재택관련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재택근무가, 회사입장에서 회사규정이 아닌 저만의 특별요구로 받아들여진다면 저도 회사에서 근무하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대표가 한숨을 나지막히 쉬며 답했다.


대표 : "아~ㅎ, 네. 딱총님. 그러면..저희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임원회의를 진행했는데 임원진들이 앞으로는 재택근무없이 전원 출근하는 방향으로 가기로 협의했습니다. 같이 하면 재밌는 일이 많았을 거 같았는데, 아쉽네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별도의 특권을 원한게 아니었기에 서로 좋게 마무리 대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무직기간이 길어질수록, 회사의 보상건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져왔다. 가슴이 떨리고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밀려와 숨 쉬기가 힘들었다. 급하게 밥을 차려먹고, 정신과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었다. 약을 먹으면 몇 분 뒤 마음이 안정이 된다. 그래도 병원을 일찍 가서 다행이다.

 

보상 관련 연락이 왔는지 메일수신함을 켜봤으나 아직 답이 없었다. 보상금 관련 마지막 대화 후 3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회사가 글로벌로도 무슨일이 일어나는가 싶어 해외 회사 커뮤니티를 접속해보았다.


커뮤니티엔 해외 각지의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원과 전직원들의 글을 볼 수 있었고, 대부분의 글이 '대규모 해고'에 관한 얘기였다. 여러 나라에서 많은 인원들이 해고당하고 있고, 매니저들을 향한 직원들의 분노의 글들이 넘쳐났다. 진정되었던 가슴이 다시 빨리 뛰기 시작했다. 글로벌로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회사가 매스컴에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도 각오했다는 의미로 보였다. 게다가 이렇게 급속도로 그것도 엉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볼 때, 사람 한두명 안 챙기는건 예삿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왓츠앱으로 HR담당자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보상금 관련 업데이트해줄 게 있는지 재차 물었다. 내 질문 후 3시간이 흘렀을까, 담당자에게 답장이 왔다.


HR 담당자 : "그때 딱총씨가 요청한 금액은 안됩니다. 저희는 최종적으로 0개월 급여를 제안합니다. 더이상 우리도 해줄게 없어. 다음주 월요일에 마지막으로 알려줄게"


HR담당자의 온도가 달라졌다. 며칠전만 해도 미안해서 죽을것처럼 용서를 빌던 태도에서, 마치 내가 생떼를 쓴다는듯한 말투로 답장이 온 것이다. 그의 태도는 둘째치고, 글로벌에서 벌어지는 일로 볼 때, 회사가 없어지고 파산하면 구제를 못 받는다는 두려움과, 지옥같은 주말을 또 어떠한 결론도 없이 정신적 고통을 받으며 갑갑하게 기다릴 수는 없었다. 빨리 결정지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담당자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딱총 : "그러면 당신이 말한 그 금액으로 최종사인을 할게요. 대신에 나한테 서명할 계약서를 이메일로 당장 보내세요. 그리고 금요일까지 모든 서명을 한다고 약속하세요. 그러면 나도 바로 사인을 하겠습니다. 또 주말까지 기다리기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필요하다면 내 전문의의 진단서를 보내주겠습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담당자는 금요일까지 끝낼 수 있도록 최대한 ASAP로 처리해준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금요일까지 하루가 남았으므로 하루만 더 참아보기로 했다.


와중에 정신과에서 연락이 왔다.


"딱총님, 지난주에 하신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늘 시간 되시나요?"


정신과를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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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ookk.co.kr/book/view/16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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