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딱총 Aug 30. 2022

Ep.9 이직여행-2

35살, 나는 해고당했다.

두 번째로 가볼 회사는 스타트업이었다. 요새 유망한 신사업 관련 어플을 만든 회사로, 꽤 큰 금액의 투자를 최근에 받아 영업과 마케팅 전략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에 영업과 마케팅 경력이 모두 있는 나를 면접보기로 한 것이다. 회사는 우리집에서 꽤 멀었다. 대중교통으로는 3번을 갈아타야 했고, 차로는 고속도로를 통하면 50분정도 걸릴 거리에 위치해있었다. 일단 산업과 업무가 재밌어 보였기에 면접을 보러 갔다.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건물은 30층이 넘는 건물이었고, 이 회사는 두개의 층을 사용 중이었다. 아직 공실이 많은걸로 보아, 건물이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보였다. 나와 연락하던 분이 문앞으로 나와 회의실로 날 인도했다. 회의실에 도착해 얼마되지 않아 회사 대표와 실무진들이 들어왔고, 면접이 진행되었다.


이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최근 나의 커리어의 방향성 중 하나인, A부터 Z까지 내 손으로 하나씩 관리하고 만들어가고 싶다는 욕심과, 이 회사에서 만든 앱으로 국내 및 해외시장을 공략해보고 싶었다. 면접은 1시간이 넘게 진행됐고, 서로의 니즈가 맞아서인지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면접 중 힘들었던 한 가지는, 내 멘탈상태가 매우 우울한 상태였는데 면접관들 앞에서 한껏 자신있고 여유있어 보이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아직 회사와의 보상싸움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웃음을 지으며 여러 면접관들과 대화를 하다보니 에너지가 배로 들었다. 특히, 면접이 끝나면 불안증상과 우울감이 더욱 몰려와 약을 찾아 먹었다.


면접을 금요일에 봤기 때문에, 보상관련 연락도 주말을 넘겨야했고 면접결과도 그러했다. 집에 바로 돌아가면 더 우울증이 심해질 것 같아, 근처 회사에 근무하는 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 친구는 나와 고향 때부터 오랜기간 알고지낸 죽마고우다. 친구는 최근 승진으로 업무가 많아 야근이 생활이었고, 이렇게 번개로 시간을 내는게 아니면 대화하기도 어려웠다. 친구와 사는 거리도 가까웠기에, 저녁도 먹고 함께 집으로 돌아갈 겸 친구네 회사로 향했다. 


친구는 최근에 내게 현재 내 상황을 들었던 터라, 면접 본 회사에 대한 얘기를 들어주며 내 앞길을 응원해주었다. 친구 회사 앞 맛집에서 저녁을 먹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잠시나마 현재의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주말이 지났고, 보상금 관련 연락보다 먼저 스타트업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표가 직접 전화로 나를 채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연봉 및 처우를 제시했다. 면접 및 대표가 제시해준 조건들은 좋았으나, 먼저 확실히 해야할 것이 있었다. 면접 시에 대표에게 들은 말 중 면접 전 인사담당자에게 들었던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면접 전엔 주 2회 재택을 한다고 들었으나, 대표는 그 부분을 주 1-2회 재택근무라고 그 횟수를 줄여 말했고, 그 재택근무도 정말 사정이 있을시라는 조건을 붙였다. 면접 전 정보를 준 대표 옆에 앉은 실무진이 고개를 갸우뚱 하는게 보였었다. 대표는 재택근무는 근무태만을 불러일으킨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했다.


대표와의 통화에서도 연봉, 처우, 근무환경 등이 모두 만족스럽게 오퍼가 왔으나, 주 2회 재택에 대해서는 대표가 제동을 걸었다.


대표 : "우선 첫 출근이시니 6개월 정도는 재택근무없이 회사로 출근을 하시고, 그 후에 주 1회나 2회 재택근무로 변경하는건 어떠신가요?"


이런 경우, 계약서에 위와 같은 근무조건이 적히지 않으며, 경험상 구두로 얘기된 약속들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는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회사를 들어가기 전에 확답을 받아야하는 부분이었다. 아까 말했듯 회사가 우리집과 매우 멀었기에, 매일 회사를 가는데 왕복 4시간을 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딱총 : "대표님, 저는 처음에 얘기된대로 주 2회 재택을 희망합니다. 만약 제 요청이 다른 직원분들과의 형평성을 해친다면, 저도 그러고 싶긴 않아서 근무가 어려울것 같습니다."


대표가 다시 물었다. 

대표 : "그러면 딱총님은 주1,2회.재택을 원하시는거죠?"라 물었다.


주 2회가 주1,2회로 단어가 바뀌었다. 이런 경우 주 1회 재택때 전체미팅이 잡히면 회사를 나가는게 좋으므로 재택근무 규정이 무의미해진다. 무엇보다 나는 이런 애매한 워딩을 싫어한다. 애매한 대화는 서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추후에 본인이 이해한 방향을 고수했다가 유별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도, 면접 전 재택근무 제도가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의 큰 부분을 차지했었기에 확실히 해야했다.


딱총 : "대표님, 저는 주 2회 재택이 꼭 필요합니다. 현재 논의되는 회사 중 재택근무를 제시한 회사도 있습니다. 대표님이 하시는 비즈니스가 저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지원을 했지만, 면접 전에 얘기된 재택근무 부분이 변경되면 제가 근무가 어렵습니다."


대표는 작은 숨을 내쉬며 되물었다.

대표 : "딱총님, 제가 연봉 처우도 정말 높게 제안을 드렸는데, 재택근무가 많이 중요하신 부분일까요?"


딱총 : "아, 네 대표님. 제안주신 연봉처우는 정말 감사하지만, 저는 제 연봉이 몇백 낮춰지고 재택근무를 제공한다면 후자를 선택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무엇보다도, 나는 곧 아기가 태어난다. 우리 집에서 운전은 나만 할 줄 알아서, 급히 병원갈 일이 생겼을 때 이 회사에서 집까지 가는 거리가 2시간이라 대응이 불가능한게 가장 큰 부분임을 대표에게 알렸다. 나의 논리라면 매일 재택근무를 하는게 맞으나, 그건 내 욕심이고 회사에서 마련되어있다는 재택근무 제도를 활용하는 것으로 리스크를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한 나의 결정이었다.


대표는 임원진 화의를 해보고 내게 연락을 해준다 했다. 임원진 회의라니.. 유별난 놈으로 찍히기 딱 좋은  환경이 되었다. 주 2회 재택이 보장되는걸로 알고 지원한 나와, 주 2회 재택을 슬슬 없애려는 대표의 의사가 맞물려 애매한 상황이 초래됐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직을 할때 하나 둘씩 회사에 양보를 하고 들어가면, 근무시 힘든일이 있거나 무언가 부당하다 느낄 때, 내가 양보한것들이 후회될것이기에,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라도 근무 전 조건들을 확실히 해야했다.


내가 사는 곳의 위치가 회사와 먼 것이 아쉽기도 하고, 그 회사가 좀 더 가까운 위치에 있었으면 이라는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아쉬웠다. 우선 대표가 연락을 주기로 했으니 기다리기로 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낼 동안에도 그 부당해고 회사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두 회사의 연락을 기다리게 되었고, 그와 함께 아이가 태어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35살, 나는 해고 당했다." 책으로 만나기 

https://www.bookk.co.kr/book/view/162846



이전 08화 Ep.8 이직여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