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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총 Sep 01. 2022

35살, 나는 해고당했다.

Ep 11. 정신과 진단

정신과 결과를 듣기위해 병원에 도착했다. 2주 전 정신과를 갔을때 나의 상태가 우울증 환자 평균수치를 넘은 위험한 상태로 판명되어, 담당의사분이 원장님께 내 상태를 보고 했었다. 자리로 돌아온 담당의는 추가적인 검사를 제안했었고, 그 추가검사에 대한 결과를 들으러 온 자리였다.


검사유형은 퍼즐맞추기,숫자기억하기,그림맞추기 등 전에 무한도전 정신감정 특집에서 봤었던 테스트와 유사했었다. 이 검사의 목적은 현재 내 심리진단 및 우울증 정도를 확인하고, 향후 진단 방향을 잡는데 필요한 중요한 테스트였다. 검사는 약 3시간이 걸렸고, 검사 결과는 꽤 오랜 기간이 지나 나오게 된 상황이었다.


테스트 결과를 알려주기 전, 담당의는 그 당시 내 심리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으므로 결과지의 심리상태를 현재 상태와 동일시 하지 말라는 말과, 결과가 안좋게 나와도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는 얘길 미리 해주었다.


담당의의 설명이 끝난 후 결과지를 보았다. 암기나 추론 같은 머리를 쓰는 영역은 이상이 없었으나, 추상적인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말하는 테스트와 단어를 듣고 연상되는 그림을 그리는 테스트에선 우울증상수치가 매우 높았다. 검사 당시, 갑자기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테스트를 받았으니 결과가 좋게 나올리가 없었다.


담당의는 나의 보상금 협의를 도와주기 위해, 검사 결과에 따른  의사 소견서를 영문으로 작성해준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잠시 비웠고, 나는 대기실로 돌아갔다.


대기실에 멍하니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진료를 기다리는 분들이 여럿 있었다. 정신과는 정작 정신과를 와야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친 분들이 찾는다는 말이 있듯이, 내 현재 감정에 비춰진 환자분들의 표정도 무언가 슬퍼보였다.


내가 정신과를 온 지 3주가 되었다. 치료를 받는데는 몇 주, 몇 개월이 걸리는데, 이렇게 내가 정신적으로 망가지는 건 단 몇 분이면 충분했다. 내가 정신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고,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고, 갑작스럽게 공황증상이 오고, 이런 정신으로 괜찮은 척 회사 면접을 보러 다닐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주변 지인들 중 정신과를 다녔던 사람들이 몇 있었고, 그들이 정신과에 대해 일반 병원과 같이 생각하면 된다는 얘기들을 들었기에, 정신에 이상이 생겼다 느낀 순간 정신과를 바로 올 수 있었다. 마음을 터놓고 본인들의 힘듦을 얘기해준 지인들이 다시금 고마웠다.


영문소견서를 기다리며 멍하니 병원 천장을 바라보았다. 항상 하루 일과나 미래의 일을 미리 계획을 짜던 내가, 계획들이 송두리째 바뀌는 일을 당하고 보니, 열심히 계획하며 살던 나의 삶이 부정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의 그 과거의 계획에 맞춰 열심히 살던 노력들이 무의미하게까지 느껴졌다. 확실히 아직 온정신은 아닌 듯 했다.


의사소견서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운전할 기력이 없어 집까지 걸어다니는 거리는 30분 남짓한 거리다. 하늘은 하얀 구름과 파란하늘로 쾌청하고, 선선한 바람도 불어왔다. 이 좋은 날씨를 온전히 느낄 날이 언제일까, 또 부정적 생각이 머리를 감쌀때 쯤 집에 도착해 약을 먹었다.


약을 먹자마자, HR 담당자로부터 메세지가 폰에 도착했다.


HR 담장자 : "보상금액 결정이, 다음주 월요일에 결정될 것 같습니다. 다음주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숨이 턱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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