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딱총 Sep 05. 2022

Ep.12 보상금 협의

35살, 나는 해고당했다.

숨이 턱 막혔다. 또 지옥같은 주말을 보내야한다니.. 지금의 정신으로 단 하루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걱정으로 고통스런 주말을 또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우선 숨을 골랐다.


"..후~!! 후~!!"


마음을 진정시키기위해 할 수 있는건 심호흡 뿐이었다. 우선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내 의사를 전달했다.


딱총 : "내가 전에 말했듯, 난 이 일로 엄청난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로 내 담당의의 소견서를 보낼테니 참고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난 이 논의가 금요일에 끝나길 원합니다. 현재 정신적으로 심각한 내 상태를 공감한다면, 이번 주 금요일까지 모든 걸 끝내게 도와주기 바랍니다."


메세지를 보낸 후 내 영문 소견서를 이메일로 보냈다.가슴이 갑갑했다. 큰 숨을 내쉬어보려고 노력해도 가슴이 턱 막혀 잘 되지 않았다. 메일을 보낸 후 몇 분이 지나, 담당자로부터 답장이 왔다.


HR 매니저 : "딱총씨, 당신의 보상금건은 내가 어떻게든 금요일에 끝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에게 힘든 시간을 보내게 해서 정말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내 진단서를 보고는, 본인이 향후 감당할 수 없는 더  큰일이 날거라고 생각했는지, 다음주에 알려준다던 보상금 건을 금요일까지 처리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가 더 빠르게 움직이게 된 건 나에대한 공감이 아니라 본인이 감당못할 일이 터질거란 공포였을 것이다. 영문 진단서로 인해 문제가 더 빠르게 해결되는 게 참 슬펐다. 그 전까지 내가 알린 정신적 고통을 일상적으로 겪는 스트레스 정도로 생각했던것일까. 전문의의 공적인 힘이 있는 진단서는 나의 몇차례의 상세한 심정을 담은 메일보다 힘이 강력했다.


이 회사가 나의 해고를 이토록 부당하게 한 이유에 대해서 굳이 찾아본다면, (그들을 이해하고 싶진 않지만) 그들이 속한 나라들의 노동법은 대개 근로자에게 한없이 불리했다. 당일 해고통보를 받아도 근로자가 할 수 있는 구제조치가 없는 경우도 있고, 직원에게 '너 내일 해고다.' 구두로 말하고 다음날 바로 해고통보 메일을 보내도 합법이었다. 다른 나라의 직원들은 이런 몰상식한 방식으로 회사를 떠나고 있었다. 그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갑작스런 해고를 당하면서도 회사에게 위로금을 요구가 아닌, 부탁해야했다.


다행히, 나의 계약은 한국의 근로기준법을 따르는 계약이었고, 이를 신경쓰지 않고 본인 나라의 법대로 나를 해고한 APAC 매니저의 무지함이 이렇게나마 보상건을 논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담당자의 메일을 받고 짧은 답장을 보냈다.

딱총 : "알겠습니다. 약속한대로 내일 모든 계약서에 서명해서 나에게 보내세요."


지치고 피곤한 목요일이 지나 금요일이 되었다. 오전부터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고, 전자서명을 할 수 있는 계약서가 메일로 도착해있었다. 대신에 회사쪽 서명 담당자는 시차로 인해 한국시간으로 오후에 사인을 할 예정이니 내 사인을 우선 받길 원했다. 틀린 부분은 없는지, 내 이름은 제대로 적었는지 확인하고 (첫 계약서엔 내 이름을 틀리게 적었다.)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이렇게 기간이 오래걸리지 않아도 되었고, 내가 망가지지 않고 도 해결될 일이 돌고도 돌아 드디어 마무리를 향해 가는 것 같았다. 


전자서명을 한 계약서를 보낸 후, 또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오후 5시가 되어갈 즈음, 이메일이 도착했다. 본사 담당자의 서명이 담긴 계약서였다.


"보상금은 오늘부로 일주일내에 입금이 될 겁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HR 담당자가 메신저를 통해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이제 계약서까지 썼으니 보상금만 받으면 되는거였다. 하도 뒤통수를 치고 업무처리를 이상하게 하는 회사라 내 계좌로 입금되기전까지는 이 회사를 믿을 수 없었다. 내 상황엔 이 단계까지 밟았다한들,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주말이 지나고, 수요일이 되었다. 불안한 마음에 시간도 더디게 지나가, 낮잠을 자보기로 했다. 새벽에 잠을 설쳐서 그런지 1시간정도 낮잠을 잤다. 잠을 깬 후 핸드폰을 보니 문자 알림이 와 있었다.


"ㅇㅇ은행 입금 알림"


계좌를 확인하였다. 계약서에 명시된 보상금이 입금되었다. 드디어 3주간의 지옥같던 싸움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단전부터 머리 끝까지 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온몸이 아드레날린이 도는 것처럼 떨렸다.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갑자기 소리쳤다.


"아오 XXX들!"


장장 3년같던 3주의 악연이 끝났다. 보상금을 받고난 후 이 지옥같던 여정을 모아둔 메일 폴더를 보았다. 그들과 3주간 오고간 메일은 30개가 넘었고, 혹여나 철자나 내용에 곡해가 생길까 임시저장한 이메일은 셀 수가 없었다. 보상금은 받았으나 모든게 해결된 건 아니었다. 


부당해고에 대한 실업급여 및 다른 요구사항들을 하나씩 해결해야했다. 물론 가장 큰 부분이었던 보상금을 받아 한시름 놓게되긴 하였으나,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보상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여유가 있진 않았다. 아이가 곧 태어날거고, 나는 어서 회사를 찾아야 했다.


끝나지 않은 이직여행을 또 다시 시작해야할 때였다.




"35살, 나는 해고 당했다." 책으로 만나기 

https://www.bookk.co.kr/book/view/162846


이전 11화 Ep.11 정신과 진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