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가 며칠간 회복할 병실로 이동했다. 코로나로 인해 1인실만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었고,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병실은 생각만큼 좋진 않았다. 많이 낡아있었고, 보호자가 자는 곳은 딱딱한 쇼파에 이불을 깔고 자야했으며 왠만한 성인남자는 누울 수 없는 길이의 쇼파였다.
나름 1박에 큰 돈이 들어가는 병실치고는 5만원 여관방보다 못한 상태였다. 아이를 낳은 산모가 '올 수 밖에' 없는 곳이라 그런지, 병원 진료실 공간과는 다른 노후된 상태로 방치한 느낌이 들었다.
5일정도 이 곳에 머물다 산후조리원으로 갈 것이기에, 크게 지내는데 문제될건 없었다. 단지 와이프가 편하게 쉴 수 있기만을 바라며 주변 정리를 했다.
문제는 그날 근무자인 간호사였다. 감정을 섞지 않고 팩트로만 말하자면,
1. 우린 태어난 날의 아이를 보지 못했다.
아이를 몇시부터 볼 수 있다는 설명이 없었다. 당일 태어난 아기라 안정을 취해야되나보다라고 생각하여 묻지 않은게 잘못일까. 하지만 병실을 방문한 다음날 근무자의 "어제 아기를 보고오셨죠?"라는 인사와 아기 면회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걸 보곤, 출산 당일 근무자의 근태임을 알 수 있었다.
2. 산모의 패드를 교체해주지 않았다.
출산을 한 산모는 하체부분의 청결을 위해 패드를 갈아줘야 했었다. 이 사실도 출산 다음날 근무자가 와이프의 패드를 보고는 "어?"하는 놀란 탄성과 함께 "바로 (패드를) 갈아드리겠습니다."라며 급하게 밤새 갈지않아 눅눅해진 패드를 갈아주는 모습을 보고는 알게되었다.
3. 무통주사 사용방법 미고지
제왕절개를 한 산모는 무통주사 링거를 꽂고 며칠을 지낸다. 무통주사는 20분 간격으로 눌러야 동작을 하고, 20분내로 연이어 누를 경우엔 기구 특성상 동작하지 않는다. 이 역시도 설명이 없었다. "아프면 무통주사 누르세요." 이 한 문장이 그 근무자의 설명이었다. 아내는 고통에 밤새도록 눈물을 흘리며 동작하지 않는 무통주사를 여러번 누른게 되었다. 가장 아픈 출산 당일 와이프가 아팠던걸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항의를 하고 싶지만, 와이프의 만류로 참았다. .
4. 보호자 행동 미고지
병실 어디에도 보호자 관련 행동 가이드가 없었다. 와이프가 병원에서 준비한 밥을 먹을때, 며칠동안 먹을 음료나 간식을 사러 근처 편의점을 다녀왔다. 엘리베이터에 A4용지로 보호자는 외출이 하루 한번으로 제한된다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당일 처음 외출을 하고 돌아온 나를 본 그 간호사는 바로 신경질을 냈다.
간호사 : "하...보호자는 외출 하시면 안되요!"
나를 범법자 취급하는 말투에 당황했지만, 설명을 하기로 했다.
딱총 : "아 네. 엘베 앞 설명서 읽고 나갔다 왔습니다."
간호사 : "하루 한번 외출만 되요! 나갈때는 얘기하시구요!"
딱총 : "저 방금 외출이 오늘 처음 외출인데요? 그것도 병원앞 CU요."
간호사 : "하..."
난 잘못한게 없었다. 다른 사람과 간호사가 착각을 하지 않고서야 내게 화낼 이유가 없었다. 본인이 사람을 착각해 내게 화를 냈다면 당연 사과를 하는게 맞는데, 그러지도 않는 간호사의 태도에 기가 찼다.
5. 불친절
와이프와 5일간 있을 이 공간의 규칙이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았기에, 시설 관련 질문을 하기 위해 병실내 인터폰을 들었다.
딱총 : "안녕하세요, 질문이 있어서요. 오늘 출산한 산모"
간호사 : "몇 호여~"
말 끊는건 기본이었고, 퉁명스러운 단답형 대답에 대화를 할수록 기분이 안 좋아졌다.
딱총 : "아 네, 알겠습"
'뚝.'
전화도 본인 할 말이 끝나자 바로 끊어버렸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업무 능력과도 관련된 것 같았다. 보호자의 저녁식사는 병원에 유료로 요청할 수 있었다. 끼니만 때우면 되서, 병원 저녁밥을 그 간호사에게 신청했고, 역시나? 내 저녁식사는 누락되었다.
저녁 7시가 넘어도 내 저녁식사가 오지 않아 주방에 가보았고, 식기를 치우시는 배식 직원분께서 내 저녁식사 신청이 없었다는 얘길듣고 알게되었다. 그 불친절한 간호사는 이미 퇴근한 후였고, 다음 근무자에게 양해를 구해 병원 앞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와 저녁끼니를 대신하였다.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화가 났지만, 그 간호사도 없고 원장도 없던 시간이었고, 와이프 케어가 우선이기에 병실로 돌아왔다. 다음날 근무자의 설명으로 알게된 사실은 간호사에게 외출을 보고할 필요가 없었고, 외출 한번은 1시간 내로 복귀하면 되는 거였다. 원장에게 항의하려 했으나 와이프의 만류로 와이프 케어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 간호사를 제외한 다른날 근무자분들은, 근무 관련 가이드가 있는지 모두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정해진 시간에 와이프 케어를 잘 해주었다.
난 책임감 없는 사람을 싫어한다. 거기에 사람 생명과 관련된 사람이 그런 행동을 취하니 며칠간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 근무자가 생명과는 관련 없는 다른 일을 찾기 바란다.
그렇게 5일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할 날이 되었다. 모유수유 산모를 제외하곤, 보호자는 유리창을 두고 바라만 봐야했던 튼튼이를 처음으로 안아보았다. 정말 가볍고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튼튼이는 아빠가 안고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잠에 빠져있었다.
이제는 2주간의 산후조리원 생활이 시작된다. 와이프, 튼튼이, 나, 이렇게 처음으로 우리 가족이 모두 모인 차를 몰고 산후조리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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