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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총 Sep 29. 2022

Ep.15 심장구멍

35살, 나는 해고당했다.


옮겨간 산후조리원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리모델링한 인테리어부터 친절한 직원분들, 그리고 산모의 밥도 알차게 준비되어 나왔다.


남편들의 마지막 자유가 산후조리원 기간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산후조리원에서 아내와 아기와 함께 하고 싶어 조리원에서 주로 생활하기로 했다. 그 이유가 최수종과 같은 애처가여서는 아닌것 같고, 와이프와 튼튼이가 나오기 전까지 서로 어느정도의 자유를 주며 지내왔기 때문에, 조리원 기간에 혼자 집에 있게된다면 해방감을 느끼기보다는 심심함과 외로움을 더 느낄것 같았다. 조리원 침대도 둘이 자기에 부족함 없는 크기였어서, 회복중인 와이프도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조리원은 남편 식사를 따로 주진 않았기에, 건물 1층에 몇몇 식당을 돌거나 근처 밥집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지금은 조리원 근처의 왠만한 맛집들은 꾀고 있는 수준이 되었다.


튼튼이 얘기로 돌아가서, 튼튼이가 태어난 직후 산부인과 검사결과에 심잡음이 발견되었다. 심잡음은 심장에 구멍이 있는 경우 들리는 심장박동의 잡음으로, 병원진료가 필요하다는 산부인과의 피드백을 받았다.



태어나자마자 병원이라니, 부모 입장에서 좋을리가 없었다. 이야기를 듣고 조리원 아기들과 비교를 해보니, 2.5키로의 작은 우리 튼튼이는 다른 아기들과 다르게 숨을 빠르고 거칠게 쉬었다. 마음이 찢어졌다. 어린 생명이 힘들어하는게 보이니, 가슴이 너무 아프고 내가 대신 아프고 싶었다. 우선 병원 진료일이 올때까지 튼튼이를 돌보며 시간을 보냈다.


진료일이 되어 차로 1시간여 걸리는 병원으로 가보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차에 탄 튼튼이는 하늘구경을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아무 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조심 차를 몰았다.


병원 진료는 심전도 검사, 엑스레이, 초음파검사로 이어졌고 약 1시간이 소요되었다. 태어난지 일주일된 아기가 견디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었고, 피부 생성이 덜 되어 심전도 검사 패치가 피부에 잘 붙지 않는 등, 튼튼이가 고생이 많았다.


의사의 진료결과, 심방과 심실에 구멍이 있고 이 구멍들로 피가 헛돌아 튼튼이의 숨이 가파른 것이었다. 한달 정도 경과를 보기로 하고 다시 산부인과로 돌아왔다.

병원진찰로 힘이 빠진 튼튼이는 그 날 종일 잠을 잤다. 평온하게 자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거칠고 빠른 숨을 내쉬며 자는 튼튼이를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잠에 빠진 튼튼이에게 말했다.


'튼튼아, 엄마 아빠가 최선을 다할게. 아프지말고 건강하자. 사랑해'


자는 튼튼이를 뒤로하고, 새벽에 다시 노트북을 켰다. 어서 취업을 해야한다. 마음이 더욱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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