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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총 Oct 04. 2022

Ep.17 폭풍 면접 기간 2

35살, 나는 해고당했다.


회사 인사팀의 질문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근무했던 산업군은 아니지만, 관심이 커 산업 이해도가 높았고, 무엇보다 비슷한 계열의 회사 두 세군데를 준비해봤기 때문에 더욱 자신이 있었다.


딱총 : "네, 저는 내일도 되고, 알려주시는 시간에 맞출 수 있습니다. 면접시간 잡으셔서 알려주십시오."


인사팀에 나의 의지를 보여주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두 차례 연락이 왔다. 처음엔 다음주 화요일로 알려주었다가, 재차 다음주 금요일로 변경되었다. 한번에 면접을 끝내려다 보니 관계된 면접관들의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보였다. 다음주 금요일로 면접 시간을 최종 확정하고 통화는 끝났다.


해당 회사의 역사와 비전, 끊임없이 발전하는 안정적인 모습이 현재의 불안한 내 삶과 대비되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에게 남은 기간은 약 6일 이었다. 그날부로 회사정보와 업계트렌드를 분석하고, 나의 경력이 이 회사와 해당 직무에 어떤 연결고리로 도움이 될지 준비하며 시간을 보냈다. 추가로, 여러 직군들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이 사용하는 시스템과도 연관이 있어 친구들을 직접 만나거나 통화로 고객피드백 개념의 리뷰를 얻었다.


이 일들은 튼튼이 육아와 함께 동반하였다. 그러다보니, 체력적으로 무리가 와 입안이 헐고 다크써클이 내려오고 담이 오는등, 매일 매일 피로가 누적되었다. 와이프와 나, 튼튼이가 힘든기간을 보낸다는 생각에 더욱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 영양제와 커피의 힘을 빌렸다.


'이번 면접을 잘 마치고, 이 불안정한 기간을 끝내버린다.'


준비하는 기간에, 인사팀에 이 직무관련 후보인원에 대해 물었고, Shortlist로 나 한명만 면접을 본다는 대답에 더욱 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였다.


6일이 지나고, 면접일이 도래했다. 면접은 오후였어서 오전에 미리 준비한 자료와 멘트들을 점검하며, 내 대답이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다듬었다. 그렇게 한참을 준비하던 도중, 인사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인사담당자 : "딱총님, 오늘 오후에 면접이시죠?"


딱총 : "네 맞습니다.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사담당자 : "아... 이런 말씀드려서 죄송하지만.."


느낌이 쎄했다. 아니나 다를까, 인사담당자의 말이 이어졌다.


인사담당자 : "저희가 정말 사람이 필요한 상황인데, 본사에서 모든 채용을 중단시켰습니다. 면접 당일이신데, 저희도 통보받아서 지금 알려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올해 매출도 꾸준히 성장하던 회사라 이런 경우가 생기지 않을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지금 일어난 이 채용 프리징(freezing)상황이 불가항력이라는건 회사를 다니며 인지하고 있었기에 아쉬운 대화를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본사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영향을 받던 유럽 나라 중 한 국가였던게 주요 원인으로 보였다.


정말 너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준비했던 자료들이 떠 있는 모니터 화면을 한참동안 멍하니 보았다. 아쉽기도 아쉽지만,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조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딱총 : “아휴~~”


허탈감에 나지막히 한숨이 나왔다. 



지금 이 지옥같은 기간의 경험들로 깨달은게 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으며, 나의 노력과 상관없이 인생은 나아가진다. 우울해할 시간도 없다. 다시 난 움직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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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ookk.co.kr/book/view/16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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