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덥고 습한 날씨에 로로(여자친구)와 함께 뉴욕에 다녀왔다. 다행히 뉴욕의 날씨는 조금 더울 뿐 습하지 않았다. 이번에 뉴욕을 가게 된 것도 벌써 두 번째다. 내 인생에 한번 가볼까 말까 하는 뉴욕을 로로 덕분에 여행을 해본다.
로로는 뉴욕에서 왔다. 문학 번역 전공을 했고 나는 가구디자인 전공을 했다. 우리는 공통점이 많다. 특히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다.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로로는 뉴욕에 가면 많은 박물관과 예술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비가 많이 오는 날 로로와 함께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을 했다. 우리는 며칠 전부터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만나면 카페에서 영화를 보자고 약속했다. 우리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라는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인 라라진은 졸업 여행으로 뉴욕에 다녀온다. 이때, 라라진이 다녀온 뉴욕이 로로의 대학생활과 겹치는 것이 너무 재밌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직 뉴욕에 가보지도 않았지만 로로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기대하던 뉴욕을 다녀오게 되었다. 그 당시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고 무엇을 찍어도 이국적인 사진이 나와서 열심히 촬영을 했다.
꿈같던 2주간의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곧장 돌아와 사진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수천 장의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SNS에 사진을 업로드하고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몇 달이 지나고 내가 찍은 사진은 더 이상 아무도 보지 않는 디지털 조각이 되었다.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것이지만 컴퓨터 파일 구석에 박혀있는 디지털 조각인 사진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진을 찍는 것에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찍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곰곰이 슬럼프의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진의 대상을 관찰하고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는데, 아무 의미 없는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하기만 했던 것 같다.
디지털카메라와 다르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면 사진을 찍을 때 돈이라는 제약이 있다. 그래서 사진 한컷을 찍더라도 많은 고민을 한다. 실수로 노출이 안 맞거나 사진이 흔들릴 때 왜 그렇게 찍었을까하고 실수를 인정하고 복기한다.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슬럼프도 극복하고 카메라와 함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자신감을 얻었다. 촬영의 경험치도 자연스럽게 쌓이기 시작했다.
나만의 사진 철학이 잡힐 때쯤 필름카메라를 들고 두 번째 뉴욕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재밌는 이야기와 사진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수북하게 쌓인 현상된 필름과 사진을 하나씩 앨범에 정리하였다. 열심히 찍은 사진을 단지 디지털 조각으로만 보존하는 것이 싫었다.
나는 문득 책을 쓰고 싶었다. “소량의 책도 출판을 할 수 있을까?, 과연 누가 내 책을 읽기는 할까?” 수만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러던 중 카메라에 관한 글을 읽다가 우연히 브런치 스토리를 접하게 되었다. 나는 사진에 이야기를 넣어 작품을 완성시키면 사진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씩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정리한 사진을 보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릴 때 유치원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께 자랑을 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는 칭찬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는 사진을 브런치에 게시를 할 때 어머니에게 자랑하던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마음처럼 재밌게 읽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