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로는 강아지를 무척 사랑한다.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와 함께 살아서 그런지 한국에서 5년을 홀로 지낸 로로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한다.
몇 달 전 대학교 친구가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가야 했었다. 키우던 강아지를 주변에 믿고 맡길 사람이 없어서 나에게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었다. 나이가 많은 탓에 시끄럽게 짖거나 사고를 치진 않아서 돌봐주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던 우리는 행복한 일주일을 보냈다. 친구의 여행이 끝나고 강아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로로와 나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서 1층에 살고 있는 집주인에게 부탁을 했다. 당연히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반대하셨다.
재작년 여름 한 작가분이 로로에게 새에 관련된 춤을 영상으로 만들고 싶다고 부탁했다. 그래서 로로는 며칠 동안 하늘에 날아다니는 새를 관찰했다. 어느 날 나에게 동물원에 가서 새를 자세하게 관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동물원에 다녀왔다.
그 동물원에서 로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울타리 안에 풍산개 한 마리가 있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마당에 묶여있는 강아지와 시골 어르신들이 강아지에 대하는 태도 때문인지 강아지에 대한 애틋함은 없었다. 하지만 로로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강아지는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한 동물 중 하나다. 로로처럼 강아지를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강아지는 친구이다. 친구를 동물원 울타리에 가두고 사람들에게 구경시키는 것을 상상하니 야만적이었다. 로로와 함께 동물원에 갔던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사랑하면 닮는다”라는 말이 있다. 로로를 만나면서 그 말은 자주 느끼는 편이다. 지금 내 가치관과 내가 좋아하는 물건, 식습관 등 많은 것들이 로로에게 영향을 받았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 또한 책을 좋아하는 로로 덕분이다. 어느 날 나를 돌아보니 나도 강아지를 좋아하게 되었다.
여름철 뉴욕의 냄새를 떠올리면 강아지들 소변 지린내가 생각이 난다. 뉴욕의 많은 사람들은 강아지와 함께 도심을 걷는다. 한 번은 길을 걷다가 자전거를 타고 있는 한 남자의 배낭 속에서 고글을 쓴 보더콜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나는 그 장면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내 카메라를 보여주며 사진을 찍어도 좋냐고 물어보았다. 그 남자는 정말 흔쾌하게 따뜻한 미소와 함께 배낭 속 강아지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가벼운 인사를 하고 뒤돌아 갔다. 그 남자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와서 귀여운 스티커 몇 장과 함께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알려주었다.
(@mattyandkaido)
메티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 보면 많은 뉴요커들이 강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다.
나는 뉴욕의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보호자와 반려견을 만났었다. 한 번은 브루클린(Brooklyn)에서 로로의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 중 한 명은 강아지를 데리고 왔었다. 우리는 멕시코 레스토랑에서 타코를 주문했다.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실외 테이블로 안내를 받았다. 서빙을 하는 직원은 강아지를 데리고 온 것에 대해서 불편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아지와 교감하며 자연스럽게 주문을 받았다.
나는 뉴욕을 여행하며 강아지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서 강아지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사진을 찍고 있을 땐 잘 몰랐는데 글을 쓰며 사진을 자세하게 들여다보았다. 보호자는 항상 강아지와 주변을 주시하며 복잡한 도시를 걷고 있는 걸 발견했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뉴욕에서 경험한 강아지 문화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물론 복잡한 도시에서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이 좋은지는 알 수 없지만 뉴욕처럼 복잡하고 위험한 도시에서도 사람들은 반려견과 잘 녹아들어 보였다.
퇴근 후 저녁을 준비하고 개인 여가시간이 필요했던 나는 강아지까지 키우게 되면 힘들게 될 것이라고 로로에게 말했던 적이 있다. 강아지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을까 봐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조금 미루자고 했었다. 다음 달 당장 강아지를 키울 수 있을 줄 알았던 로로는 슬퍼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강아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도시에서 온 로로의 마음을 조금 헤아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음화-
예술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