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본질
로로는 여름을 무척 힘들어한다. 나에게 한국의 여름은 덥고 습기가 많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한국에서 29년을 살아서 인지 “여름은 원래 습하고 더운 거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처음 로로의 미국 집에 갔을 때 생각이 난다. 로로의 동네는 햇빛이 뜨겁고 공기는 건조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남자 주인공은 항상 셔츠의 단추를 네 개 정도 풀고 다니던데 왜 그렇게 입고 다니는지 알 것 같았다.
로로의 미국집 지하실은 남자들의 아지트가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를 하시는 아버지와 형님의 작업실이다. 지하실이라 습하고 쿰쿰한 냄새가 날 줄 알았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쾌적하고 아늑했다. 한국의 지하실과는 전혀 달랐다. 지하의 습기를 가득 머물고 곰팡이와 함께 불쾌한 냄새가 가득한 한국의 지하실이지만 미국의 여름 지하실은 습기가 없었다.
우리가 퀸스에 갔을 때도 날씨가 무척 좋았다. 한국 여름과 다르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태양도 그렇게 뜨겁지 않은 날씨였다.
우리는 야시장에 가기 전에 공원에 앉아있었다. 가족, 친구, 연인들이 공원을 찾아온다.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풀밭에 누운 사람
아이스크림을 파는 상인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젊은이
높게 떠있는 비행기
공원은 평화로웠다.
우리는 공원 옆 야시장으로 이동했다. 야시장에는 세계 각국의 신기한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내가 가장 신기했던 음식은 아이스크림 튀김이었다. 미국인인 로로도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이었다. 맛을 표현하긴 어렵지만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은 맛이었다.
야시장 옆에는 드넓은 풀밭이 있다. 야시장에서 산 음식으로 가볍게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풀 밭 옆에는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연세가 있어 보였다. 특히 백발에 흰색 바지를 입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보컬이 가장 눈에 띄었다. 취미인지 직업으로 밴드를 하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잘 모르는 노래지만 포크송에 가까웠고 누구나 쉽게 음악에 춤을 출 수 있는 노래였다. 밴드 앞에는 춤을 출 수 있도록 고무판이 깔려있었다. 귀여운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내 눈에는 순수한 행복.
꾸미지 않은 행복으로 보였다.
친구들과 피크닉을 즐기다가 우연히 카메라를 들고 있는 커플을 마주쳤다. 우리가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더니 즐겁게 보였는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국적과 이름도 모르지만 우리는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나는 퀸즈를 방문하고 행복의 본질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맑은 날씨를 즐길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신나는 음악에 춤을 추고
맛있는 음식과 그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
어쩌면 우리는 핍박한 사회에서 행복의 본질을 잊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음화-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