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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 May 09. 2023

21. 또 다른 후아힌 라이프, 그래도 우아하게

있을 건 다 있는 1박 3만 원 호텔

1박 3만 원 후아힌 흰 남(hinn-nam) 호텔로 옮겼다.

분명 아고다에는 hinn-nam호텔인데, 간판은 hin-nam호텔, n이 하나가 빠졌다.

제대로 온 것인지 불안하다.


후아힌에는 이런 비슷한 이름의 호텔이 많아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볼트 기사에게  프런트에서 확인하고 올 테니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다.     


데스크에서는 내가 예약한 호텔이 맞다고,

예약 사항을 확인하더니 ‘옆’ 건물로 가라고 한다.

옆 건물이라니, 옆 건물에는 엄연히 다른 호텔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말이다.

(체크인을 위해 4개의 여권을 건네니, 대표 여권만 있으면 된다며 다른 사람은 확인도 안 한다.

여기서 보안의 허점이 보인다. )

    

옆 건물로 가니, 그래도 경비아저씨가 계시고 짐을 옮겨 주신다.

2층 복도는 고요하다.

설마 이 건물에 우리만 있는 건 아니겠지...    

(머무는 내내 아무도 보지 못했다)

 

‘엄마! 여기 키즈룸 있어요!’라고 

외침과 동시에 바닥에서 누가 벌떡 일어나는데,

할 일 없는 직원이 그곳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방은 미니 주방, 더블베드 2개, 윈도 시트 있을 건 있는데,   모든 것이  이전에 비해 다운 그레이드 되었을 뿐, 태국은 어딜 가나 방 사이즈는 여유 있다.(긍정+1)   


남편이 커튼을 열어보니, 폐건물 뷰라며 웃는다.

남편에게는 저렴한 호텔로 갈 거라고 얘기는 해두었지만,  이 정도일지는 상상도 못 했는지  침대에 걸터앉아 계속 어이 없는 실소를 터트린다.     


방이 비좁지 않아 네 가족이 지낼만했고,

우리가 머무는 층에 수영장과 휴식 공간이 있어

휴식 공간을 제2의 공간 삼아 오갈 수 있었다. (긍정+2)

배달 음식이 오면 방 안엔 테이블이 없으니, 이 공간에서 수영장을 바라보며 먹었다.          

여름에 왔다면 꽤 괜찮은 수영장이었다.




조식당이 없는 호텔이라, 아침엔 아침을 해결할 식당을 찾아야 했다.


주변엔 슈퍼 한 곳과 6차선 도로뿐인데,  구글맵을 켰더니 브런치 카페가 뜬다!


위치는 6차선 도로를 건너가야 했지만,  카페는 그 도로만 건너면 되는 아주 가까운 위치였다.

심지어 태국 여행 중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카페 아마존과 KFC가 있었다.


호텔 직원에게 도로를 건널 수 있는 신호등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나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아차, 이런 외곽지역에서 신호등을 찾은 내가 어리석었다.     


길을 건너니,  상권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곳에 카페가 있었다.  그것도 심지어 기대보다  큰 규모로.

  

‘Oh, my....’


이렇게 반가울 수가.     

메뉴판을 보는데, 더 놀랍다.

치킨샐러드, 클럽 샌드위치, 파스타, 돔얌꿍, 치킨라이스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메뉴.



카페가 있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닌데,

메뉴 구성이 심상치 않아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선 몇 가지 메뉴를 실험적으로 주문하고, 라테를 주문했다.

직원들 또한 오랜만에 나타난 한국 손님이 신기한지, 태국어로 소곤소곤.     



라테가 40 THB, (1,500 원)

말도 안 된다..


한 잔 더 주문했다.

라테 2잔의 힐링, 여유.

서빙되어 나온 음식들도  훌륭했다.


우린 고민할 필요도 없이 매일 아침 이 레스토랑에 왔다.


그리고 그 시간 우리 옆 테이블에는 항상 서양 할아버지들이 있었다. 

아마 이 레스토랑이 수준급 서양 음식들을 제공하는 데에는 인근의 서양 할아버지들의 공로가 컸을 거라 짐작 되었다.     


리조트 밖 세상엔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의외의 즐거움은 그 즐거움이 배가 된다.


비좁고 침침한 숙소는 그 나름의 맛이 있었고,  

숙박비용을 1/10로 확 맞혔기에,

먹거리에 있어 더 여유로워졌다.

아이들과 슈퍼마켓에 에 과자를 사러가도     


 ‘사고 싶은 거 다 골라’     


한두 개만 집어도 만 원이 훌쩍 넘는 한국 편의점과 다르게  다국적 브랜드 킨더조이, m&m도

한국보다 저렴하니 이보다 행복할 수가.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모닝 라테를 매일 2잔으로 마신다는 것.

이것이 나에겐 우아한 후아힌 힐링이었다.  


그리고 이 여유가 생각보다 좋았는지 자꾸만 생각이난다.    

                                                                      

나의 여유를 표현한 한 컷


우린 이렇게 치앙마이 한달 살기로 시작하여, 방콕, 후아힌까지 흘러왔다.


평균 3,4일에 한 번씩 캐리어를 싸느라 짐싸기에 달인이 되었고

매번 새로운 호텔의 별점을 주는 것이 아이들이 취미가 되었다.


아이들은 아마존 카페에서 ‘리치 주스’ 를 맛 보더니  ‘리치’ 에 빠져 한국 와서도 리치를 찾았다.

다행히 ‘리치’맛 아이스크림을 찾긴했지만

망고, 망고스틴에 이어 리치까지...

우린 앞으로 사과, 귤만 먹어야하는데...웃프다.


최근 유행처럼 매체에서 한달 살기를 떠나고

나역시도 처음엔 남들 다 가는 치앙마이로 떠나야겠다고 목적 없는 계획을 세웠다.


다녀와보니,  

왜 유럽인들이 한달 간 휴가를 가는지...

그 휴가를 위해 1년을 일하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된다.


그 휴식을 통해 얻은 에너지와 여운은

11개월간 즐겁게 일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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