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착한 사람 코스프레가 몸에 밴 나는 커피숍에서 30분 이상 있으면 눈치가 보인다. 하지만 유일하게 스타벅스만은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스타벅스의 정책 때문인지 아니면 스타벅스의 문화 때문인지 음료를 주문하고 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내게 관심이 없는 느낌이다. 그래서 항상 밖에서 책을 읽고 싶거나 글을 써야 할 때면 스타벅스를 찾는다.
내가 스타벅스를 하도 자주 가니, 언제나 나를 응원하고 내게 힘이 되어주시는 분이 스타벅스 리뷰어가 되면 블로그의 인기가 많아질 거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떠오른 책 한 권이 있었는데 바로, 권남희 선생님의 스타벅스 일기였다. 번역가이자 작가이신 권남희 선생님께서 쓰신 '스타벅스 일기'는 제목처럼 권남희 선생님께서 스타벅스에서 쓴 소소한 일상이 담긴 책이다.
권남희 선생님의 '스타벅스 일기'는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운 책이다. 마치 스타벅스에서 파는 라떼의 맛과 같은 책이랄까? 그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스타벅스에서 읽었을 때, 기분이 참 묘하게 좋았다.
시인을 꿈꾸며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면, 내 삶이 매일 사라지는 기분이다. 시간은 언제나 말이 없으니 죽는 순간에도 비명이 없이 죽는다. 자유를 꿈꾸면서 펜을 들었는데 계단 하나를 올라가기 위해 시지프스와 같은 형벌을 받는 기분으로 매일을 살았다. 지루함과 동시에 잔 우울감은 언제나 함께했는데, '스타벅스 일기'를 읽을 때는 그런 기분이 한순간 솨아아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작가님도 나와 같은 공간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신다는 것이 내 하루가 쓸모없는 날들이 아닌 사소하지만, 소중한 하루가 된 것 같았다.
그 책이 떠오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되어주는 글이 쓰고 싶어졌다. 물론 언제나 이런 생각과 써지는 글은 차원이 다르므로, 과연 앞으로 내가 쓰게 될 글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글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쓰기 시작했으니 마지막 마침표를 찍기 전까지는 쓰는 걸 멈출 수 없다.
아무튼 이제부터 스타벅스에 오면 일기를 작성하기로 결심했다. 매일 오지는 않지만 30일 중 절반은 넘게 스타벅스를 가니 꽤 많은 글을 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