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5
시인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건 '기다림'이다. 등단을 위해 수많은 출판사로 메일과 우편을 보내고 답을 기다리는 시간은 지독한 지루함과 불안한 희망을 동반한다.
시간이 하루하루 길어지다 보면, 벽지에 곰팡이가 피었다는 착각이 든다. 그 착각은 후각까지 속인다.
하지만 오늘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스타벅스로 왔다. 무너지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읽고 쓰는 것 밖에 없었다.
오늘 시킨 음료는 평범한 아이스아메리카노다. 사이즈를 고민하다. 벤티로 시켰다. 알콜은 위험하니 카페인에라도 취하고 싶었다.
가만히 앉아 펜을 이리저리 굴려 봤지만, 도저히 어떤 글도 쓸 수 없었다. 뱉고만 있던 숨에 양심이 찔려 피 없이 말라가는 기분이었다.
스타벅스 일기를 쓰면서 내가 다짐했던 건, 사람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로 닫힌 내 삶으론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이야기를 쓸 수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객기로 쓴 글은 일기인데 불구하고 소설이었다. 그래서 전부 지우고 다시 썼다. 그런데도 계속 소설 같은 허구만 쓰였다. 몇 번을 다시 써도 결과는 똑같았다.
펜을 놓고, 어질러진 단어와 문장을 곁눈질로 봤다 그러다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내가 이 지루함을 벗고 활기를 찾고 싶어 한다는 공통점.
곧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 누구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불타올랐기 때문이었다.
오늘 남은 내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꽤 좋은 하루, 꽤 즐거웠던 하루로 마무리하고 싶다.
아직 절반도 먹지 못한 커피가 아까웠지만, 이미 충분히 취해있어 부족한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