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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지석 Oct 15. 2024

사계

2부 그들은 내 머릿속에 있어

 꽃들이 피어난다.

 뿌리 속에는 부패가 있고

 향기에는 독기가 있다.

 그럼에도 분홍으로 칠해

 입술을 맞대고 빠는 벌레들이 있다.


 타는 열기

 피어 푸른 나무들

 해는 밝고

 아래는 타들어 간다.

 밝음에 눈이 멀어

 순간,

 모두 어둠 속으로 침잠한다.


 썩어가는 것들의 축제

 부서지는 들판에서

 죽어가며 외치는

 피에스타!

 서사 없는 바람 스치면

 앗아가는 건 전부였다.

 

 숨어버린 숨은 결국

 꽁꽁 모두를 얼어붙게 만든다.

 차가운 결빙은 신세계!

 속사임은 새로운 생명이라 했나,

 눈 덮여 흰 백지가 되어버린 여기

 그을 건 완벽한 죽음뿐이다.


 너와 나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순환 속

 드디어 외치는

 완전한 시에스타!

 끝없는 꿈


 다시 태어나고

 다시 사라지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죽음이다.


 이 모든 건 그저 한 성인의 장난이라는 것이 참 우스울 따름이고, 여기의 시작도 끝도 결국 모두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단 하나의 획이었다는 것이 참 우스울 따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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