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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지석 Oct 16. 2024

실수

2부 그들은 내 머릿속에 있어

 여느 때처럼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는 거야


 아직도 이러고 있네

 여전히 이러고 있네


 막, 막 식은땀이 나는 거야


 근데 쓰던 것을 멈출 수는 없었어

 눈은 그대로 펜을 따라가고

 머리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는데

 쓰던 것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어


 펜을 잡았던 것이 실수였을까?

 힘을 풀었던 것이 실수였을까?


 있잖아, 꿈을 하나 꿨는데

 희고 커다란 공백이 하나 있었고

 가만히 바라보다 한순간 공포에

 몸이 덜덜 떨리더니

 무서워 질질 오줌을 싸 버렸지

 그런데 말이야 깨고 나니 진짜로 엉덩이가

 축축했지, 뭐야


 너는 이 꿈의 뜻을 알겠니?

 뜻이 어딨겠어, 바보야. 그냥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거지.


 근데 쓰던 것을 멈출 수는 없었어

 눈은 그대로 펜을 따라가고

 머리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는데

 쓰던 것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어


 펜을 잡았던 것이 실수였을까?

 힘을 풀었던 것이 실수였을까?


 너는 이 글의 뜻을 알겠어?

 말했잖아, 제정신이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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