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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Nov 01. 2024

콩깍지를 벗어 던지세요

여러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다름 아닌 '퇴고'입니다. 주제가 주어지면 그런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어찌저찌 쓸 수는 있겠는데 다듬는 것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일단 참담한 수준의 글을 마주하기가 싫었어요. 쓰긴 썼으니, 그다음은 모르는 척하고 싶었지요. 덮어두고 들춰보지 않으면 되니까요. 그리고 들추기 시작하면 이걸 어디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매만져야 글다운 글이 될는지 방법도 몰랐습니다. 처음에 제가 하는 퇴고는 맞춤법을 고치는 정도였습니다. 퇴고하라고 하긴 하는데 뭘 모르니 그 정도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죠. '쓰기의 책장'을 운영하시는 박애희 작가님은 퇴고 과정에서 낯설게 나의 글을 바라보라고 합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내 글을 바라보며 고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출력해서 읽기, 소리 내 읽기, 장소를 달리해서 읽기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하라고 제시해 주셨어요. 정여울 작가님도 퇴고는 자신의 글로부터 유체 이탈하여 자신의 글에 대한 최초의 독자가 되어 보는 경험이라고 하셨더라고요. 마치 내가 논술 선생님이 된 것처럼, 면접관이 된 것처럼 빨간 펜을 들고 내 글을 읽어 보니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저자는 퇴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고수는 초고를 단지 고치기 위해 쓴 글쯤으로 여기는 반면, 하수는 초고를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그것에 얽매인다.' 내 글이 못났다는 것을 알지만 소중하게 여기죠. 우리는 콩깍지를 벗어 던지고 글을 봐야 합니다. 시간을 두고 보는 것이 방법입니다. 조금 후에 읽어보면 또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빼고 싶은 내용이 보이고 넣고 싶은 내용이 생각납니다. 시간이 많다면 두고두고 여러 번 볼수록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요. 퇴고가 어려운 것은 끝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마감이라는 도구를 활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옆에 두고 고치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의 독립이 육아의 최종 목표이듯, 글도 독자에게로 보내는 것이 글쓰기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퇴고하다 보면 마구 써 놓은 초고가 부끄러워집니다. 그러다 보면 글쓰기가 어렵고 그래서 더 글쓰기가 하고 싶어지지 않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퇴고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지 않은 저의 진심은 여기서 시작되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글쓰기 책에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김종원 작가님의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에 나오는 글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자꾸만 부끄러워지는 그 마음을 계속 버려야 한다. 글쓰기는 나를 견딜 수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지속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내 글을 읽은 누군가가 내 생각을 부정할 수 있고, 내가 보낸 시간을 검증하려 할 수도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제의 나를 버리는 일'이다.

글쓰기를 배우려고 책을 찾아 읽었는데 글쓰기 기법을 배우기보다는 글 쓰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글을 오래 써온 작가들도, 입이 떡 벌어지는 필력을 지닌 작가들도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라는 거죠. 위안이 되고 격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것은 견디고 버티면서 오래오래 써야 한다는 것. 그 태도와 마음을 배울 수 있었어요.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는 실제로 어렵기 때문이다.
-글쓰기 교수법의 대가 윌리엄 진서-


계속해서 글쓰기가 어렵다고 말씀드리는 이유를 혹시 눈치채셨나요? 그냥 원래 모두에게 어렵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글 쓰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시작하지 않거나 혹은 그만두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에게도 하는 당부입니다. 저는 계속 '쓰는 사람'으로 정체성을 부여하고 싶고 그 여정을 더 많은 분과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지지부진해도 계속 써가는 것이죠. 언젠가 좋은 곳에 다다를 거라 믿으면서 말이지요. 참 다행인 것은 여러 책에서 글쓰기에는 재능이 중요하지 않다고 나옵니다.

글쓰기에 재능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 쓰는 일은 지겹고 괴로운 반복 노동인데 그 고통을 감내할 만한 동력이 자기에게 있는가. 재능이 있나 없나 묻기보다 나는 왜 쓰(고자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여긴다. 『쓰기의 말들』은유
글은 쓰면 써진다고 믿고 써야 한다. 쓸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술술 써지는 기적이 일어나겠는가. (중략) 시작할 때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써가며 알게 된다. 알아서 쓰는 게 아니다. 모르니까 쓰는 것이다. 『강원국의 글쓰기』강원국

무작정 쓰기 시작하고 중단하지 않고 쓰다 보면 내 안의 변화를 느끼실 거라 믿습니다. 많이 쓰고 계속 쓰다 보면 어떤 경지에 이를 것이라고 작가님들이 입을 모아 말씀하시니 믿어보려고요. 저보다 먼저 가셔도 질투하지 않겠다고 장담은 못 하지만 앞에서도 뒤에서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 글쓰기 팁

포털에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를 검색해 보세요. 편집자 분들도 쓰신다고 해요. 많이 알고 계실 수 있지만 저는 글 쓰면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저처럼 혹시 모르셨던 분들이 계실까 공유해 봅니다. 일반적인 맞춤법 뿐만이 아니라 바른 표현이나 문장의 호응도 확인해 주더라고요.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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