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은 후, 10-15분 후부터 아이는 숙제를 시작합니다. 동시에 저는 노트북을 펼치고 글을 쓰지요. 참여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의 과제를 하기도 하고 브런치 북 연재글을 쓰기도 합니다. 쓸 것이 없이 멍하기 있기도 하고, 여과없이 생각을 옮기기도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 바라는 것처럼 저도 글쓰는 습관을 만들고 싶어요. 습관으로 만들면 자동으로 그 일을 하게 되기 때문에 저항감이 적다고 하죠. 보통 21일이면 습관이 된다고 하기도 하고 66일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의지로 어떤 일을 반복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보고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사람은 편한 것,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것이 본능이라고 하니 작심삼일, 의지박약은 인간의 본능인 것이죠. 그러니 의지에 의지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여러 습관책에서 자동 반사처럼 스스르 하게 하려면 어떤 일과 연결하여 습관을 만들라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밥 먹은 후에는 양치를 하는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언제 어떤 일을 한 후에 해야겠다고 마음 먹는 것이 좋대요.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숙제할 시간이라고 알리고 노트북을 켜는 것이죠. 노트북 홈화면은 브런치 화면으로 해두었습니다. 작가의 서랍에 뭐라도 써두려고요. 사실 일기를 쓰면 가장 좋을 것 같은데 아직 일기쓰기 습관은 만들지 못했어요. 새 일기장만 몇 권 있구요. 타자를 치다보니 손으로 직접 쓰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더라고요.
습관을 만들려고 목표를 만들고 구체적인 상황을 세팅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 자꾸만 끼어들어 방해하는 것은 저의 마음입니다. 내는 공모전마다 떨어져서 속상한 마음, 다른 분들 글과 비교하며 한없이 작아지는 마음, 가족들 챙기고 집안일하느라 지쳐서 글 쓰기 귀찮은 마음. 갖가지 마음이 저의 글쓰기 습관 만들기 작전에 훼방을 놓습니다. 요즘 제가 가지려는 마음은 다름 아닌 '뻔뻔함'입니다. 남들이 나를(나의 글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말든지 계속 쓰는 뻔뻔함. 집안일 한두 번쯤은 자연스레 미뤄놓는 뻔뻔함.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아도 나는 작가라서 글 쓰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믿는 뻔뻔함. 시답잖은 글을 써도 이 과정이 없이는 어떤 대단한 작가도 없을 거라 믿는 뻔뻔함. 좋은 글을 쓰려면 독자를 생각하고, 내 글에 담을 메시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게 어렵다면 뻔뻔하게 그냥 쓰는 거죠. 내가 첫 번째 독자이고, 나를 위한 글쓰기는 그 다음을 위한 전단계일테니까요. 많은 책에서는 우선 나를 위해 써도 괜찮다고 합니다.
메아리 없는 글쓰기였다. (중략) 반응이 없더라도 나는 지금 노출 본능과 표현욕구, 자기 만족을 얻고 있는 것이다. 소득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내가 읽는다. 미래의 내가 독자다. 누가 읽지 않아도 축적된 자료는 내게 소중한 추억이 되고 훌륭한 자료로 쓰일 것이다. 『강원국의 글쓰기』강원국
거기에는 아마 '자기 치유'적인 의미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창작 행위에는 많든 적든 스스로를 보정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누구를 위해서 쓰는가?' 무라카미 하루키
뻔뻔한 마음 가질 준비 되셨나요? 거울을 보며 눈을 아래로 흘기고는 '흥! 무슨 상관이야!' 하고 시작하시면 됩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린 것은 좋은 글을 쓰는 법이 아니고(저는 아직 그런 법을 알지 못합니다.) 글을 계속 쓰는 법이에요. 계속 써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많은 글쓰기 선생님의 말씀을 신봉하면서 생각한 방법입니다. 뻔뻔함이 어렵다면 나중에 얼마든지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오늘 글이 너무 뻔뻔해서 죄송합니다. 사과드리는 거죠. 그러니 마음껏 뻔뻔해져 보자고요! 우야든동 뭐든 써야지 될 테니까요. 그때까지만 가면 잠시 써보는 거죠!
+글쓰기 팁
주변 지인에게는 내가 글을 공개적으로 쓰는 것을 알리지 마세요. 잠시만이라도요. 뻔뻔한 마음으로 솔직한 글을 쓰려면 잠시 내가 아닌 척하는 것이 편한 것 같아요. 아직 전문 작가가 아니니까요. 전문 작가 비슷하게 되기 위한 과정을 지금 밟고 있다고 생각하면 저는 익명성이 주는 편리함을 잠시 누려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알수록 나의 글에는 검열관이 많아집니다. '이 내용 써도 될까, 이런 글을 쓰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러다 보면 점점 쓰지 않는 쪽으로 마음이 굳혀지기 마련입니다. 아무도 안 볼 거로 생각하고 쓰는 일기장과 어떤 사람도 볼 수 있는 방명록을 대하는 자세는 분명 다를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