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글쓰기를 갈망했는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생각이 깊고 시선이 폭넓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독서가 저를 그런 길로 이끌어 줄 거라 믿었습니다. 소설이나 에세이는 많이 읽었지만 선호하지 않는 책을 읽는 것은 아주 적었지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독서 모임'이었어요.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은 아이들의 독서교육을 강조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학부모 교육도 독서교육이었습니다. 강사님은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으려면 우선 부모님이 독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부모님이 평생 독자가 되려면 꼭 필요한 것이 '독서 모임'이라고 하셨지요. 관심 있는 학부모들이 모여 독서 모임을 결성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낯을 가리는 편이라 그 모임에 처음에는 지원하지 않았지만, 1년 후에 다른 학부모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예상대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매주 1번의 독서 모임을 거의 빠지지 않고 나갔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독서 모임을 6년째 참여하고 있어요. 그때 처음 참여하기로 마음먹고 용기 낸 것을 스스로 얼마나 칭찬하는지 몰라요. 그동안 책을 읽었던 것은 거의 재미에 치우쳐져 있었습니다. 속독 기술과 약간의 문해력을 얻었지만, 그 정도에 머물러 있었어요. 독서 모임을 하면서 그제야 제대로 독서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책 읽으며 다양한 분야의 정보와 지식을 얻었고, 생각을 정리하고 사람들과 나누면서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었습니다. 독서 모임의 여러 장점을 체험한 이후로는 독서 모임이라면 일단 손들고 봅니다. 그 결과 동기 작가님들과 온라인상에서 여러 독서 모임을 하고 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독서 모임을 경험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운영하는 SNS에서도 독서 모임을 주관하고 있어요. 독서 모임이 늘어날수록 읽어야 하는 책이 늘어나지만 즐거움과 설렘도 함께 늘어난답니다.
성취가 아닌, ‘성취를 향한 갈망’이 진짜 행복.
책은 도끼다, 박웅현
독서 모임 하며 가장 좋았던 것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책은 모임 내에서 투표를 하기도 하고 모임장의 추천으로 정하기도 해요. 분야별로 나누어서 책을 정하거나 주제를 정해 목록을 추리기도 하지요. 평소라면 제가 서점에서 그냥 스쳐 지나갔을 만한 책도 있고, 읽다가 재미가 없어서 끝까지 읽지 못한 책도 있습니다. 성실한 편이라 정해진 책을 모임 전까지 완독해 가야 마음이 편한데요. 꾸역꾸역 읽었을지라도, 이해를 다 못했을지라도 관심 없고 흥미 없던 책들을 읽어나갑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지금은 서점에서 구경하는 책들이 확실히 다양해졌음을 느낍니다.
또 좋았던 것은 다양한 생각을 듣는 것이에요.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각자 감명받은 부분이 달랐고, 같은 부분에서 감동했더라도 이유와 이후의 적용이 다르더라고요. 참 재밌고 늘 기대되는 부분이에요. 하나의 책을 다양한 시선에서 볼 수 있어서 책이 입체적으로 읽히더라고요. 단순히 하나의 사건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면 대립했을지도 모르는 것도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의견을 듣는 것은 조금 달랐어요. 같은 책을 읽었다는 전제가 서로 간의 차이와 틈을 메우는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덕분에 저는 이해의 폭이 좀 더 넓어졌고 평소보다 유연하게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어요.
좋은 점이야 또 여럿 있지만, 꼭 소개하고 싶은 것은 필사 습관입니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필사하는 습관이 생겼거든요. 저는 내용과 결말을 알아버린 책을 다시 읽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시도해 봤지만 영 고역이었어요. 하지만 모임에서 좋았던 구절을 말하고 인상 깊었던 것을 말하려니 다시 보는 것은 필수라 제가 선택한 것이 필사였습니다. 인덱스로 표시하며 읽고 난 후에 표시된 부분을 옮겨 적으며 생각을 정리합니다. 필사한 부분, 이야기한 감상은 확실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혼자 읽는 책도 정리하며 읽으려 해요. 독서 모임의 좋은 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건 독서 모임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우실 거예요.
독서 모임을 통해 책을 입체적으로 읽고 두 번, 세 번 읽는 효과를 누리고 있는데도 제가 원하는 통찰은 쉽게 얻어지지 않았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책을 찾아 읽으며 공통점이 발견했어요. 대부분 글쓰기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글쓰기에 대한 갈망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글쓰기 찾아 삼만리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전 글에서도 썼듯이 글 쓰면서 읽기가 더욱 재밌어졌습니다. 글 쓰기 위해서 더 많은 읽기가 필요한 것 같아 꾸준히 독서하고 있기도 해요. 읽기와 쓰기가 서로 시너지를 내며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고 믿어요. 아직 제가 원하는 그런 사람은 되지 못했지만, 그런 사람으로 가는 길은 찾은 셈입니다. 묵묵하게 그 길을 걷다 보면 언젠가 원하는 곳에 도달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러분은 글쓰기가 언제 필요하셨나요?
+글쓰기 팁
독서 모임을 찾고 계신가요? 요즘은 여러 종류의 독서 모임이 있더라고요. 낯설고 어려운 것 같다면 친구와 가족과 함께 같은 책을 읽고 카피 마시며 나누는 건 어떠세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도서관 홈페이지를 찾아보세요. 도서관에서도 독서 모임을 모집하더라고요. 연초에는 지역 독서 모임에게 도서비를 지원하기도 하니 근처에 계신 분들과 독서 모임하신다면 지원해 보세요. 온라인상에서도, 온라인 서점에서도 다양한 독서 모임이 있어요. 가볍게 시작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하다 보면 나와 맞는 모임을 찾게 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