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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Oct 24. 2024

사람은 글쓰기를 통해 변할 수 있습니다.

저는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지하철을 갈아탈 때는 가장 빠른 환승 경로를 확인하고 해당 객차에 탑니다. 별 차이 없을 것 같은 짧은 시간이지만 내리면서 눈앞에 환승 통로가 나타나면 어찌나 속으로 뿌듯한지 모릅니다. 반면에 무언가 동선이 꼬이는 것은 불편해하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손해 보는 기분이 들거든요.

오랜만에 삼촌 숙모를 뵈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봐 주셨던 분들이지요. 저를 느긋하고 게으른 아이로 기억하고 계셨어요. 맞아요, 전 분명 그런 아이였습니다. 엄마는 제 손을 보면서 손가락이 길면 게으르다더니 그게 꼭 맞는다고 자주 말씀하셨어요. 집에만 있는다고 친구들이 집순이라고 했어요. 최근에 저를 사귄 지인들이 들으면 매우 의아해할 대목입니다. 지금은 굉장히 상반된 모습을 하고 있거든요. 집에 있는 적이 없도록 바쁘게 돌아다니고 성격이 급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행동하고 있거든요. 언제부터 이렇게 바뀌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현재부터 조금 거슬러 올라가자면 일단, 지금 제가 쓸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입니다. 가족들이 모두 나간 시간부터 아이가 하교하기 전까지이니 대략 오전 시간이지요. 대부분의 전업 주부들이 그러하듯 이 시간을 압축적으로 씁니다. 친구도 만나고요, 여러 가지 볼 일도 처리해야 합니다. 종종 운동을 하기도 하고 취미생활을 하기도 하죠. 그러면서 자연히 빠른 길을 찾기 시작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는 길에는 종종거리며 걸음을 재촉합니다. 그전으로 좀 더 올라가면 직장생활도 영향을 주었죠. 앞에 있는 고객을 처리하면서도 뒤에 잔뜩 성을 내며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이 신경 쓰였습니다. 하루 종일 화장실도 못 가고 일해도 처리할 일, 해야 할 일이 쌓여있었습니다. 늘 빨리빨리 처리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것 같아요. 짧은 점심시간에 최대한 빨리 밥을 먹고 쉬고 싶어서 제대로 씹지도 않고 밥을 넘겼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안 쪽 깊은 곳에 있었던 저의 급한 면이 끄집어내지고 점점 강화됐던 것 같아요. 그렇게 굳혀지고 치우쳐진 성격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하는 일이 바로바로 효과나 성과가 나길 바랍니다. 진득하게 해야만 이뤄지는 일은 하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해 버리죠. 최근 저의 하루와 삶은 인스턴트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정말 간편하고 빠르고 요즘 트렌드에 잘 맞죠. 하지만 깊은 맛이 없고 영양소도 별로 갖추지 못했어요. 그런 제가 요즘 변하고 있습니다.

전자렌지에 몇 분만 찌면 딤섬이 완성되다니 간편하죠!

'글쓰기' 때문이고 '글쓰기' 덕분입니다. 처음에 글 쓰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제 기준에서 이렇게 비효율적인 행위가 없었어요. 가만히 생각해서 글감을 떠올리고 머릿속 안에서 여러 필터를 거쳐 밖으로 꺼냅니다. 힘들게 꺼냈지만 글 쓴 후에는 다시 여러 번에 걸쳐 고치고 살펴봅니다.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데 결과물은 크게 달라진 것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평소라면 몸서리쳤을 일입니다. 아마 글쓰기는 저와 대척점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토록 비효율적인 글쓰기가 묘하게 마음에 듭니다. 글 쓰며 제 머릿속에 있던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속에 묻혀있던 가치들이 분명해집니다. 제가 쓴 글을 읽고 사람들이 제 마음을 헤아려 주고 제 입장을 이해합니다. 글쓰기가 어느새 굉장히 효율적인 수단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글쓰기의 매력에 퐁당 빠져버린 겁니다. 글쓰기 매력은 마력과 닿아있습니다. 명확히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이끌리는데,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빠져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이 효율적인 수단에 빠져버린 저는 비효율적인 과정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바빴던 저는 요즘 자주 멈춰 섭니다. 자주 뒤돌아봅니다. 기억나지 않는 일을 찾아 애써 되짚어 보고 굳이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따져봅니다. 퇴고라는 잠깐의 시간 동안 글의 맛이 달라지고 향하는 방향이 180도 달라집니다. 효율은 속도만 연결 지어 생각했는데 깊이에도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습니다. 제 오해가 깊었지요.




요즘 제 하루는 온통 글쓰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하지 않던 일을 계속하다 보면 안에 묻혀 있던 면이 수면 위로 올라오겠지요? 조금씩 달라질 거로 생각합니다. 이미 시작된 것 같고요. 사람은 고쳐 쓰지 않는다는 유명한 명제가 있지요. 오랜 세월 동안 직접 경험하고 간접적인 경험을 하면서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 다들 굳게 믿는 것 같습니다. 타고난 기질과 성향은 거의 바뀌지 않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한 가지 면만 가지고 있지는 않죠. 여러 면 중에 드러난 부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점점 강화되는 것 같아요.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부분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 사람이 변하는 것 아닐까요. 조금씩 드러나서 어느새 그 부분이 더 많이 보이면 마치 180도 변한 것처럼 느껴지겠죠, 마치 저처럼 말이에요. 변하고 싶으신가요? 글쓰기를 해 보세요. 저와 똑같은 형태의 변화가 아닐지라도 글쓰기는 어떤 식으로든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 같아요. 믿어지지 않으신다고요? 일단 한 번 해보세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것은 금방 느끼게 되실 겁니다.  

박애희 작가님의 ‘쓰기의 책장’에서 배우는 퇴고의 기술.


+글쓰기 팁.

'공모전'에 도전해 보세요. 수많은 글쓰기 공모전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내가 모르던 세계의 문을 또 하나 열어젖힌 느낌이었어요. 숨은 금은보화가 가득한 비밀의 문이지요. 원래 마감을 찾아 헤매다 공모전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글 써서 돈 벌고 싶어서 공모전을 시작했습니다. 수상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그렇게 강력한 글쓰기 유인이 또 있을까요. 하지만 상 타지 않아도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새로운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고요, 지난번에 추천했던 마감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수상하지 않더라도 개이치 마세요. 썼던 글을 브런치에 올릴 수 있고요, 다른 공모전에 제출할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수상했을 때를 위해 감동을 잠시 미뤄둔다고 생각하세요.

원고를 응모하면 채택되지 않아도 ‘좋은 생각’을 보내줍니다. 소정의 원고료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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