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쓰는 이유 톺아보기.
저는 책을 재미있어서 읽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의 종류는 소설인데, 먼저 첫 번째 재미는 이야기 자체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람의 몸이 하나인 것이 참 아쉽습니다. 하나의 공간, 동일한 시간에만 머물러야 해서 안타깝습니다. 분신술은 가장 배우고 싶은 초능력인데, 현대 과학 기술이 그것까지 가능하게 발전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분신술을 부리지 못해 몸을 여러 개로 나누어 소설 속으로 보냅니다. 소설 속에서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에 존재합니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와 현재에 도착합니다. 그 속에서 접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가 재밌습니다. 이야기에 몰입하면 마치 제 이야기인 것 같고, 친구 이야기 같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여러 겹으로 나누어 사는 느낌이 듭니다. 두 번째 재미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이야기 속 사람들의 인생을 체험하는 재미입니다. 사실 소설 속 이야기는 세상을 혁신하는 지식을 전하거나 미래를 바라보는 시류를 짚어주지 않습니다. 이야기하지 않아도 세상은 굴러 가지만 굳이 옆집 엄마 이야기를 하고,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불필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읽으며 살면서 필요한 위로와 공감을 얻습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미래에 대한 지혜를 찾습니다. 결국 어떤 지식 책에서도 얻지 못하는 것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소설과 읽는 나 사이에 일어나는 갖가지 상호작용이 재미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저의 바깥세상은 넓어집니다.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타인의 범위를 넓혀 줍니다. 결국 읽는 것은 저의 바깥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빈틈없이 맞붙어 있습니다.
반면에 글 쓰는 것과 마주하는 것은 저의 안쪽입니다. 애초에 내 안의 나를 만나려고 의도하고 글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글 쓰다 보니, 글 쓰려고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마음을 들여다보는 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잊고 있었던 지나간 행복을 다시 만났고, 덮어 두었던 옛 상처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고요해 보였던 마음의 평온을 깨뜨리는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헤집으며 이물질을 꺼내고 나니 마음의 호수는 저 깊은 곳까지 보이도록 맑아졌습니다. 가끔가다 마음을 헤아리려면 늘 뿌예서 잘 안 보이고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내 마음인데도 모르는 척하고 아닌 척했었지요. 이제는 투명해진 마음속을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어 졌습니다. 못 보고 지나쳤던 반짝이는 생각과 기억이 어딘가 숨겨져 있을 것 같습니다. 읽었을 때 넓어진 저의 세계는 쓰면서 깊어졌습니다.
쓰기 시작하며 만나는 읽기는 또 다른 세계가 되었습니다. 읽고 쓰면서, 쓰고 읽으면서 서로가 엄청난 작용을 합니다. 한 줄로 얇게 분사되던 무언가가 여러 줄로 바뀌어 힘 있게 쏟아집니다. 엉성하게 연결되어 있던 서로가 강력한 힘으로 뒤엉키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어떨 때는 인생의 아픔이고 어떨 때는 삶의 환희였습니다. 풍요롭게 쏟아지는 자양분들 속에서 여느 때보다 열심히 자라나고 있습니다. 쭉쭉 읽어 나가던 재밌는 이야기를 멈추고 되돌아보면서 의미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이제야 읽기가 비로소 읽기다워진 것인가 생각도 해봅니다. 책 읽으면서 통찰, 혜안을 찾아 헤맸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유튜브가, 누군가에게는 웹툰이, 운동이 그렇듯 책도 저에게는 도파민을 주는 재미 요소 정도로 그쳤던 것 같습니다. 쓰면서 알게 된 읽기에는 그토록 찾아 헤맸던 것들이 들어 있을 것 같아 설렙니다. 쓰기는 제가 좋아하는 읽기를 더 재밌게 해 주었습니다. 여러분께도 쓰기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쓰기가 아는 재미를 더 풍부하게 해 주고 아는 맛을 더 감칠맛 나게 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쓰기, 한번 해 보실래요?
+글쓰기팁.
제가 경험하며 효과가 좋았던 방법을 공유하려 합니다. 오늘의 팁은 ‘글쓰기 메이트’입니다. 새로운 일을 처음 할 때는 대부분 어렵고 재미없습니다. 그럴 때 함께하는 사람이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이런 말이 있지요.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슬기로운 초등생활 이은경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브런치 작가 되기’ 수업을 들으며 강력한 메이트들을 만났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희망하는 비슷한 취향과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라 좋았습니다. 모두 그 길을 더 멀리 가기 위해 서로를 응원합니다. 요즘은 박애희 작가님이 SNS에서 운영하는 ‘쓰기의 책장’과 그래도봄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내 글에도 봄, 읽고 쓰기 프로젝트‘에 참여 중입니다. 느슨해진 글쓰기를 놓고 싶지 않아 여러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며 스스로 멱살잡이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글 쓰는 모임이 많이 보입니다. 내 취향과 성향을 생각해서 잘 맞는지 모임을 찾아보세요.
1년 동안 글 쓰며 아주 가끔만 즐겁게 느껴졌습니다. 대부분은 어렵고 고민됐어요. 다만, 그 즐거움이 너무 강력하고 매력적이라 글쓰기를 그만두고 싶지 않습니다. 즐거움을 느끼려면 어느 정도 글 써야 하고 그러려면 누군가와 함께하기를 매우 많이 추천합니다.
<박애희 작가님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opening_letterbook?igsh=MTVjcDF5dzR6eDM2b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