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세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나이 먹으며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서 멋진 성숙한 사람이 되는 줄만 알았습니다.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린 요즘입니다.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가 요즘 저의 관심사입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닮고 싶은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습니다. 주관적인 기준이겠지만 단 한 명에게라도 닮고 싶은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과연 어떤 어른을 닮고 싶은지 생각해 봅니다. 저는 생각과 태도가 유연한 어른이고 싶습니다. 내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겸손함을 지니고, 언제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싶습니다. 나이 들면서 두려운 것 중 하나는 경험이 쌓이면서 의견과 취향이 자꾸만 확고해진다는 것입니다. 분명한 생각이 있는 것은 좋지만 딱딱한 생각에 갇히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내가 다 해 봤는데, 많이 겪어봤는데 그건 이거야, 하고 섣부르게 판단하고 맙니다. 무심코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모습에 놀랍니다. 어린아이들처럼 어렵지 않게 새로운 것을 흡수하고 받아들이는 여유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을 내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 요즘 공을 들이는 것은 글쓰기입니다. 책을 읽으면 생각이 깊어지고 통찰력을 지닐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책을 점점 많이 읽는데도 약간 발전하는 데 그치고 같은 곳을 맴도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돌파구를 찾고 싶어 자기 계발 책도 읽고, 철학책도 읽고, 고전도 읽었었습니다. 여러 책에서 공통으로 말하는 것은 읽기에서 나아가 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글 쓰려고 예쁜 노트, 5년 일기장 등을 샀지만 빈 노트 앞에서 막막함만 가득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글을 쓰지 않아서인지 갑자기 어떤 글쓰기를 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어요. 그러다 브런치 작가 되기 프로그램을 듣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지만 글쓰기 시작하면서 저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글쓰기 혜택 중 저에게 꼭 필요했던 것은 감정해소입니다. 이전에는 화나고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누군가와 수다를 떨곤 했습니다. 명확한 해결책을 주지 않아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진정되었고 위로받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었어요. 사람 일이라는 게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고 상대는 변하지 않기 마련이라 매번 같은 하소연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들 각자 힘듦을 짊어지고 살 텐데 나만 힘들다고 징징대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상대에게 고스란히 옮겨 붙는 불같은 분노를 전하기 미안했고, 상대에게 상처가 되어 날아가는 저의 한탄을 보며 후회했습니다. 미처 밖으로 꺼내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극심한 두통이 찾아왔는데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원인을 찾으려 했습니다. 약을 바꿔가며 여러 치료를 병행했지만 큰 차도가 없었습니다. 명확한 원인은 찾지 못한 채 저와 잘 맞는 약이 있었는지 새로운 약과 함께 두통은 사그라들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아마 덮어두었던 감정들이 곪아 수면 위로 올라온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니 원인을 찾기 힘들었겠지요. 어느 날 과제로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있던 날것의 감정을 꺼내 글로 쓴 적이 있습니다. 조회수, 좋아요, 댓글과 관계없이 글 쓴 것만으로도 나를 옭아맸던 문제로부터 빠져나왔음을 깨달았습니다. 모든 상처들이 마음에서 빠져나와 글자와 함께 글로 옮겨가더라고요. 케케묵은 감정들이 빠져나가 빈자리가 생긴 마음은 정말 후련했습니다. 요즘은 어디선가 상처를 받고 부정적 감정이 올라오면 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생각과 동시에 평정심도 되찾게 됩니다. 글 쓰며 감정을 해소하다니, 제가 아는 방법 중에 가장 어른스러운 대처입니다.
글쓰기는 그림의 떡처럼 감히 맛볼 수 없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며 동경했습니다. 먼발치에서 바라만 볼 뿐 손 뻗어볼 용기조차 내본 적이 없었지요.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문을 발견하고 고개만 빼꼼 내밀었는데 저는 어느새 글쓰기라는 세계 한복판에 들어와 있습니다. 아직 너무 미숙하지만, 글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소중합니다. 강철같이 견고해서 부딪히면 내가 부서져 버릴 것 같아 겁났던 이 세계의 벽은 자동문이었습니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스르륵 문이 열리고 누구든 들어올 수 있지만 밀려나는 힘은 강력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어느새 가장자리로 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자꾸만 글쓰기 프로그램을 신청합니다. 글쓰기 과제가 때로는 귀찮고 때로는 부담스럽지만 이 세계에서 나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칩니다. 글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글 쓰며 시간을 보내면 멋지고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글쓰기가 저를 닮고 싶은 어른의 길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멋진 어른, 제대로 된 어른으로 가는 길도 있습니다. 저와 함께 글쓰기 세계에서 어제보다 나은 어른이 되어 보지 않으실래요?
+글쓰기 팁
'마감'을 만들어 보세요. 브런치에 연재한다고 공표하거나 기타 다른 온라인상에 글쓰기를 선언해 보세요. 저처럼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것도 자연스레 마감이 생기는 방법입니다. 어떤 방식이로든 마감이 있으면 어찌어찌 쓰게 됩니다. 글의 완성도를 따지지 말고 일단 마감에 맞추어 글을 써낸다고 생각하세요. 멋진 글이 되려면 그전에 많은 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부끄럽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에만 집중해 보고 있어요. 완성도를 따지다가는 글을 못 쓸 것 같더라고요. 용기 내어 글 쓰다 보면 언젠가는 멋진 글도 뚝딱 써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마감을 글쓰기 도구로 활용해 보세요. 일단 쓰는 거죠! 그래야 그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