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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습한 저녁이었다

불편한 블루스

by rosa

1.



덥고 습한 저녁이었다. 장마가 오려면 아직 이른데 눅눅한 기운이 낯선 실내를 가득 채웠다. 이제 막 차려진 제단, 싱싱한 국화 사이에 영정 사진이 놓였다. 망자, 검은 띠가 둘러진 액자에는 누가봐도 무뚝뚝했을 남자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새로피운 향 하얀 연기가 꽃송이들 틈으로 사라질때 제단 옆 항아리에서 국화 한 송이 들어 단에 올려놓은 여자가 무너져 통곡 했다. 하늘문 장례식장 401호였다.

“ 저러다가 권사님도 쓰러지시겠어.”

연이를 걱정하는 집사님들 웅성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처음 당하는 큰일에 선영도 정신이 반쯤 나간듯 했다. 고명딸 선영의 아버지가 노환 중에 폐렴진단을 받고 며칠전 입원했다. 오일 만에 폐렴이 패혈증 되어 황망하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준비 없이 맞은 큰일, 당장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경황이 없다. 부고 받은 어른들이 하나 둘 오셨지만 앞장서서 조언해주시는 분도 없다. 큰일을 왜 ‘큰일’이라고 하는지 닥치니까 비로소 알겠다. 장성한 남동생 셋이 있으나 객지에 사는 터라 장례를 주도하는 일은 장녀 선영의 몫이 되었다. 그나마 미리 가입해 둔 상조에 기대는 난망한 지경이었다.

“ 지금 일곱 시가 넘었고 이제 막 부고를 시작했으니까 오늘은 도우미 없어도 괜찮을겁니다. 내일 조문객 많을 때 도우미를 몰아 쓰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조언하는 장례지도사의 말을 믿은 것이 실수였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밀려드는 조문객을 받으며 선영은 아빠 앞에서 곡(哭)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상복(喪服) 입은 채로 뛰어다녔다. 어정쩡한 조언이 시작부터 상황을 꼬이게 했다. 동생들은 상주 석에서 조문객들을 상대하며 벌써 무릎을 주물렀고 엄마는 영정 앞에서 오열을 멈추지 않았다. 다정한 선수가 가끔 엄마의 등을 토닥이는 모습이 황망 중에도 보였다.


“ 엄마, 물 좀 드릴까요?”

“ 어이고, 어이고.”

목이 쉬도록 연이는 아픈 울음을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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