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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Apr 25. 2024

황혼육아 계약서 1

2023년 7월 마지막날 사돈댁 가족과 함께 운명 같은 사건을 맞이했다.

복돌이가 온다는 깜짝 뉴스를 온 가족이 모인 데서 들었다. 그래도 친정 엄마인데  한 순간이라도 내가 먼저 알고 싶었던지 살짝 서운함이 있었으나 이는 기쁨에 밀려나고 축제 같은 저녁을 만끽했다.


결혼 오 년 차 연애 십육 년 차에 선물 같은 생명을 반기는 모두가 설렜다.


MZ세대에게 아이는 사치품이라던 딸내외를 보 손주에 대한 기대를 접었었다. 자식이란 건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정말 특별한 행복이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회유했다. 들은 척도 안 하던 아이들이 어떤 협의를 했는지 기특한 결정을 했다.


" 니들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자식만큼은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다. 하느님이 허락하지 않으면 절대, 네버 이룰 수 없는 소원이라고." 협박한 내가 무색할 정도로 봄스복사판이라는 복돌이의 등장은 완벽히 요란했다.


현실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태어날 아이 양육에 대해 가족회의를 진행했다. 딸은 출산 후 외국연구소로 나갈 예정이고 사위는 재택근무이긴 하지만 업무상  외출이 필요할 때가 있다. 마침내 결론을 냈다.

각자 잘하는 것을 하자.


나는 간호사였다. 과거형인 이유는 얼마 전 퇴직했기 때문이다.

딸은 극지과학자이다. 얼음화학을 전공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과학자이기도 하다.

사위는 IT전문가이며 사업가이다.


그렇게 복돌이 육아는 간호사이며 두 아이를 키워본 신생아실 근무 경력 있는 내가 주도하기로 했다.

육아는 아이의 부모가 하는 편을  선호하는 내 생각이 한 번도 변한 적은 없다. 그런 내가 육아를 맡기로 결정한 데는 아직 남아있는 내 에 대한 욕심이 작용한 것이란 걸 딸과 사위가 눈치채지 못하면 좋겠다.


황혼육아라는 타이틀을 달고 조손 확대 가정이 육아트렌드이다. 이제 나도 트렌디하게 살아보자며 검색을 시작했다. 황혼 두 글자만 입력해도 황혼육아가 줄줄이 검색되는 것을 보니 드문 일은 아닌듯했다. 황혼육아에 대한 찬반 논쟁도 나름의 요령과 주의점도 인터넷 바다에는 이미 차고 넘치는 데이터가 있었다. 

유독 눈에 띄는 제목에 끌려들어 갔다.


계약서라고?


부동산도 아니고 입사도 아닌 육아에 그것도 부모 자식 간에 계약이란 것이 생소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소홀하기 쉬운 세심한 조항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놓는 열정은 어디서 샘솟는건지 감탄이 절로 솟았다.(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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