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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Jun 27. 2024

꿈 삽니다

복돌이를 위한 태몽을 그것도 좋은 태몽을 꾸고 싶었다.


신사임당이 율곡이이의 태몽으로 용이 날아드는  꿈을 꾸어 몽룡실이라는 방이 생겼다는 이야기는 태몽의 정석 같은 이야기로 전해진다. 태몽은 아니지만 김유신 누이의 꿈이야기도 유명한 꿈의 한축을 담당한다.

그런데 수면 패턴이 불량한 예비 할머니에게 꿈꾸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미처 몰랐다. 아무리 무의식에 압력을 행사해도 좋은 꿈은 고사하고 평범한 태몽 하나가 안 꾸어지니 그것도 답답한 일이었다.

누가 우주를 책임질 영웅탄생의 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복돌이에게 어울릴 평범한 태몽하나 꾸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울 일인지.


나의 태몽은 탐스런 복숭아였다. 딸의 태몽도 예쁜 사과를 따는 이었다. 그렇게 평범한 태몽이 무척이나 간절했다. 잠들기 전 꿈을 각색해서 시나리오를 만들기도 했다. 아들인 건 아니까 용이나 호랑이 아니면 금이나 물고기라도 보이길 바랐다.

꿈을 못 꾼 건 딸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전화통화 할 때마다 우리는 태몽안부를 묻곤 했다.


딸 친구가 꿈을 꿨다고.

유치원생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친구에게 오더니 "저는 복돌이인데요 우리 엄마 어디 있어요?"라고 물었다고. 딸은 심각한 길치인데 복돌이도 같은 과 아니냐고 말하면서 웃었다고 했다.

거의 막달까지 유일하게 복돌이의 태몽으로 전해진 꿈은 그것 하나였다. 출산이 임박해서 딸이 꿈을 꾸었다. 시댁 식구들과 성당에서 복돌이를 찾는 꿈이었다고 했다. 그것도 태몽이라고 하기에는 2% 부족했다.

3월 초 출산 일주일쯤 전이었다. 드디어 내 꿈에 복돌이 등장했다.

그런데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아이와  대화를 했던 것 같다.

아쉬운 대로 모여진 세 가지 꿈에 공통점은 아이가 말을 한다는 것. 그래서 말로 먹고사는 능력치 있는 아이가 태어나겠거니로 결론을 냈다.


복돌이 50일까지 소리는 내는데 거의 표정 없이 시니컬한 반응이 전부였다. 태몽이 잘못 해석된 건지 궁금했다. 마침내 51일째 날, 방언이 터진 줄 알았다. 이전 50일 동안 참았던 말을 한 번에 쏟아 놓듯 옹알이를 시작했다. 의미 없는 한마디에 온갖 의미를 부여하며 나는 열 마디를 더했다. 복돌이 와 둘이 까르르 웃는 날들이 천국이었다.  날이 지날수록 아이의 소리에 파워가 더해지니 이제 귀가 따가울 정도가 됐다.

아! 말하는 아이의 꿈이 이렇게 발현되는구나. 비로소 태몽의 위력이 느껴졌다.


강사 김미경 님의 태몽을 통해 그 모친의 자식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그녀 모친은 '넌 태몽이 좋아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라며 항상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고 했다. 그녀도 자꾸 듣다 보니 그대로 잘 될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게됐다고.

그러나 실제 김강사의 태몽은 '옥수수 수확'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가 알고 있던 '백말의 무리를 이끄는 대장말' 꿈은 무식한 엄마 닮지 말고 태몽이라도 좋은 거 가지고 자신감 뿜뿜 하게 살기 바라는 모친의 계획을 착실하게 수행한 엄마친구 국어선생님의 작품이었다.


사랑하는 첫 손주를 축복할 태몽에 아직 목말라하는 나.

브런치 작가님들 꼬드겨서 공모전이라도 열어야 할까보다.


 작가님들 도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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