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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Aug 30. 2024

사제의 오후네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이상각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표지를 넘기면 제일 첫 장에 이사야서의 한 구절이 가장 먼저 독자를 반긴다. 사제가 평생 붙잡고 살아온 신의 약속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상각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는 최귀동 할아버지가 살던 꽃동네 마을 무극에서 태어났다.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한날 세례를 받고 가톨릭 집안이 되었다. 어머니는 수녀가 되기를 원했으나 고모의 중매로 아버지와 결혼해 이신부를 낳게 되었다.  꿈을 포기한 어머니는 아들이 신부 되는 것을 소원했다.

"방지거야 커서 신부 돼라, 꼭 신부가 되어라.' 성당마당에서 자라난 아이는 당연스럽게 소신학교에 입학해 1986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민주화 요구가 거셌던 1987년 사제들도 단식기도로 뜻을 모으던 때였다. 5월 18일 본당 신자들과 무주구천동 야유회에 참여했던 이신부는 "사람 살려"라는 소리를 들었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러 근처에 있던 자매님이 뛰어들었고 아들이 물에 빠진 것을 알고 아이 엄마가 엉뚱한 방향으로 뛰어들어 소용돌이에 말려드는 상황이었다. 구조경험은커녕 수영실력도 모자란 이신부가 아이엄마 쪽으로 뛰어들었으나 여의치 않았고 이를 본 남자 신자가 뛰어드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물에서 맨 마지막으로 신부님이 나왔다. 죽은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신부는 이때 허리를 다쳐서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그의 어머니는 간절한 묵주기도를 바쳤다. 사제는 어머니의 기도가 자신을 구했다는 확신을 가졌다.


" 저를 살려주신 성모님, 저는 성모님을 위해 일하는 사제가 되겠습니다. 성모님을 위한 아름다운 일을 꼭 하겠습니다." 군종신부를 짧게 갔다가 돌아온 신부는 남양본당 주임신부로 발령받으며 남양성지개발이라는 막중한 소명을 받았다. 그로부터 35년이 걸려도 끝나지 않을 일이란 것을 아마 그도 몰랐을 것이다.


남양성지는 순교자들의 피로 물든 순교지이다. 전국에는 순교성지가 많이 있다. 그러나 교회의 어머니이시며 순교자들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기도하는 성지가 하나도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에 1990년 12월 8일 수원교구 김남수주교는 기고문을 통해 복음에 나타나는 성모님의 삶처럼 소박하고 이름 없는 무명 순교자들이 순교한 성지 남양을 한국천주교회의 성모순례지로 만들어 성모님께 봉헌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리고 1991년 10월 7일  한국 천주교회의 첫 성모순례지가 봉헌됐다. 우리나라 통일을 기원하는 남양 성모마리아 대성당의 태동을 함께 알리는 처음 발차기였다. 그것은 이상각 신부의 평생을 성지에 묶는 또 다른 이름의 탄생이기도 했다.


성모성지를 성모 발현지로만 아는 신자들이 많다. 그러나 세계 유수한 성모성지의 많은 곳이 성모 발현지가 아니다. 오히려 성모님께 기도하기 위해 봉헌된 성지가 더 많다. 간혹 남양성모성지에 대해서도 뾰족하게 말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이신부는 살면서 목숨까지 빚진 성모님께 성지를 봉헌하는 것이 요한이 복음서에 적어둔 주님을 만나는 오후 네시의 체험이라는 것을 알기에 기쁘게 나무 한 그루를 심을 수 있었다.


"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요한 1.39)"



* 방지거 : 예전에는 프란치스코를 방지거라고 불렀다.

* 성모 발현지 : 성모마리아가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고 하는 장소.

https://www.catholictimes.org/368992


병인박해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40512500210


2021 유니크 베뉴 선정

https://www.suwon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217081


남양성모성지 유래

https://academic.naver.com/article.naver?doc_id=559869629


이상각신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tTFREOPRVXkdLAE5lqhF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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