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동안의 마술

by rosa

6시면 기상하는 새 나라의 어린이 복돌이, 모빌이 와의 굿모닝 인사가 첫 일정이다. 모빌에 매달린 상어와 야옹이와 멍멍이, 염소와 거위까지 하나하나 눈 맞추며 인사하고 나면 두 다리를 하늘로 번쩍 들고 스트레칭을 즐긴다. 새벽에야 잠드는 할미는 한 시간이 아쉽다. 모빌이에게 아기를 부탁하고 할미는 꿀잠에 빠진다.



할미의 루틴은 이미 소개한 적이 있어서(https://brunch.co.kr/@yijaien/591) 오늘은 아침 시간 한 시간의 디테일을 소개한다.

대개 아침 아홉 시 무렵인데 상황에 따라 앞뒤로 삼십 분씩 빨랐다 늦었다 한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언제나 한 시간. 황금 같은 한 시간이 오늘의 글감이다.

아홉 시가 되기 직전 상황은 대개 아수라장이다.

현재 상황이면 복돌이는 아침 이유식을 먹고 간단한 샤워를 마친 상태이다. 따라서 싱크대를 비롯한 주방, 식탁, 욕실에 일거리가 한가득이다.

물론 거실에도 아침 세 시간 동안 복돌이가 돌아다닌 흔적이 찬란하다.


복돌이가 젖병 물고 잠드는 지금부터 폭풍 같은 나의 루틴이 시작된다.



욕실 흔적을 정리하고 나오면서 거실, 침대, 식탁에 흩어진 복돌이 빨래들을 수습해 꼬마세탁기에 넣고 전원을 켠다. 53분이 설정됐다.

세탁실에서 나오면 바로 싱크대. 젖병을 씻어서 열탕소독을 시작한다.

아침설거지를 모두 마치면서 모닝커피 한잔을 만든다. 이 커피가 식기 전에 마신다는 보장은 없다. 그저 향기만이라도 느끼고 싶은 할미 사치이다.


청소포를 끼워 구석구석 밀대를 움직이면 어젯밤 청소를 했었는지 의심하게 거뭇한 먼지가 보인다. 로봇청소기가 따라다니며 먼지를 먹어주면 좋겠지만 복돌이 자는 시간에 청소기는 무. 용. 지. 물.

젖병이 용암 끓는 소리를 내면 꺼내서 자외선 소독기로 옮겨준다.

소독기옆에 브레짜이모님이 눈총을 준다. 알았다고요. 물통을 닦고 새물을 받아 채우면 10분 동안 자동 가열하여 stand by 상태를 유지한다. 분유필터와 물받이까지 닦아주면 급한 일은 대충 끝난 듯.

미지근한 커피 한 모금 머금고 식탁 위 노트북을 슬쩍 본다. 브런치 3선에 쪽빛 점이 보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라이킷 눌러준 고마운 구독자에게 잠시 달려갔다 오는 매너만큼은 잊지 않는다.


"앙"

"안돼, 아직 안돼." 다독다독


더 늦기 전 고양이 세수라도 하지 않으면 꼼짝없이 오늘도 노세수가 된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 할미 중에 누가 젤 이쁘니? 대답 잘해라아이이이잉"


배고프다. 냉동실에서 또띠야 두 장 꺼내 빠르게 굽는다. 케첩, 야채믹스, 모짜렐라치즈를 한 그릇 덜어 전자레인지에서 잠시 녹인다. 또띠야 위에다 한 번에 붓고 또띠야 한 장으로 덮어서 뚜껑 닫고 중불로 5분. 한번 뒤집어서 4분.

그 사이 세탁기에 섬유유연제 넣으라는 독촉이 장난 아니다. 그 소리에 복돌이 깰까 노심초사.

냉동된 이유식 재료 꺼내서 스타일러 이모님한테 담아주고 대기시킨다. 복돌이 깨기 전까지는 무한대기모드.

우아한 브런치는 식어버린 커피와 함께 사진으로만.



빨래가 끝났다. 건조대에 널기 위해 탁탁 털다가 ㅠㅠ


복돌이 깼다.


잘 잤니 우리 아기^^



오늘도 마술 같은 한 시간을 무사히 지내고 할미는 복돌이와의 행복한 또 하루를 기쁘게 시작한다.

어느새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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