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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Oct 17. 2024

문센?

육 개월까지 건강 및 발달에 최우선 신경을 썼다면 칠 개월부터는 아이의 사회생활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놀이를 통해 아이는 소근육발달은 물론 취향도 생기고 같이 놀면서 사회적 존재로 커간다.


생후 육 개월을 넘기며 복돌이 장난감, 육아물품들이 대폭 물갈이가 됐다.

바운서, 해먹을 채소가게에 팔고 카시트도 교체설치 했다. 유모차도 휴대가 가능한 것으로 하나 더 준비했다.

계절이 바뀐 탓에 새 옷들도 여러 벌 장만했다. 아이가 컸다는 것을 실감하는 지점이었다.

내 용돈 대부분을 복돌이에게 쓰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은 복돌이는 사랑스러운 도둑이 틀림없다.


육 개월은 신체놀이를 시작할 나이라고 했다. 안 그래도 발육이 빠른 아이는 이미 몸으로 노는 것을 좋아해서 할미가 감당하기 버겁기도 했다. 꼭두새벽부터 시작하는 아이 놀이에 "복돌아 한 시간만 자자."를 달고 사는 중이다.




요즘 놀이 트렌드가 궁금했다.

문센?


 "아문센은 아는데 문센은 뭐지?"


얼마 전 요리 숏츠를 보며 '에프'라는 단어를 보고 의아했다.  

'F? ' 검색이 지름길, 뭐든지 알려주는 초록집에 '에프'를 검색했다. 에어프라이어를 줄여서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줄여 쓰다 보면 아름다운 우리말이 저 뒤로 밀려날까 걱정되지만 일단 접수.

'문센'은 문화센터에 줄임말이란다. 얼마나 길다고 그런 것까지 줄여 쓰는지, 젊은 세대끼리만 공유하고 싶은 거라면 나이 든 사람은 모른 척해줘야 하는지. 머리가 아프다.


암튼 요즘 놀이는 문센이 이끌어 가는 것이 대세였는지 생후 2개월부터 프로그램이 있었다.

내 아이들 키울 때는 학원 한번 과외 한번 시킨 적 없던 내가 복돌이 문화센터 강좌를 신청했다.

촉감놀이를 통해 오감의 발달을 촉진하며 여러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체험한다는 프로그램이 궁금했다.


뭐든 빠르게 빠르게였던 복돌이기에 큰 걱정 없이 첫 등원하는 날.


"어 내가 잘못 생각한 거 아닌가?"


세명을 모집한다기에 세 아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가 열두 명 보호자까지 하면 스물네 명이 들어차있었다. 알고 보니 11주 과정 중 결원이 생겨 8주 과정으로 3명을 추가 모집한 것이었다. 제법 분위기에 익숙해 보이는 아기들 사이에서 복돌이도 당황했는지 할미 멱살 움켜쥐고 떨어지질 않았다. 분위기가 어색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바로전날 준비물이라며 미술가운을 준비하라는데 시골에 그런 물건이 있을 턱이 없다. 어렵게 조끼처럼 생긴 턱받이 하나 구해서 갔는데 아이들은 모두 전신 작업복처럼 생긴 가운을 입고 쪽쪽이를 한 개씩 물고 있었다. 장비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느껴졌다.



육 개월까지 집콕하고 겨우 한 시간 정도 산책을 시작한 것이 삼주쯤이다. 처음 산책 때 도로의 자동차소리도 견디기 힘들어했던 복돌이가 어느 정도 소음에 익숙해졌다. 고 생각한 나의 오산이었다.

엄청나게 믾은 인파와(복돌이 시선에서) 마이크를 타고 날아오는 무차별한 소리 공격에 복돌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음악은 쇼팽이 취향인데 처음 듣는 동요도 아기에게는 소음일 뿐. 아마 복돌이가 처음 경험한 지옥일 듯했다. 결국 아기를 안고 서성거리며 겨우 울음을 달래고 견학으로 하루 수업을 대체했다.

도망치듯 도착한 주차장에서 아이는 겨우 진정하는 듯했다.

할미 욕심이 한 번 더 발동했다. 동요메들리를 유튜브에서 찾아 들려줬다.


"아~~~~ 앙~~~"


세상 슬픈 복돌이, 좋아하는 임윤찬 녹턴으로 재빨리 변경하고 나서야 평화를 찾았다.

집으로 오는 길 내내 복돌이는 쇼팽을 들으며 숙면했다.


할미는 걱정이 앞섰다.

집에서는 아이 발달이 빨라서 잘 큰다, 좋다 하던 것이 잘못 판단한 것 같았다. 나의 육아법이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구닥다리가 아니었나 곰곰 생각했다.

그랬다. 아이가 녹턴을 좋아하는 것은 내가 좋아서 반복해서 플레이했기에 집에 늘 쇼팽이 흘렀을 뿐이고 복돌이는 취향을 말하기 전에 강요당했던 것을... 생각하니 많이 미안해졌다.


잠 깬 복돌이를 커다란 비닐에 앉히고 문화센터에서 복돌이몫으로 받은 토마토를 잘라주고 강사가 하던 대로 복돌이가 오감을 이용해 가지고 놀게 했다. 덥석 입으로 가져가는 복돌이. 미각하나는 탁월했다. 오물오물 처음 맛본 토마토가  꽤나 맘에들었나보다. 촉감을 느끼라고 손에도 발에도 얼굴에도 문질렀더니 복돌이 큰 눈으로 내게 말했다.


"할머니 먹는 걸로 장난치면 안 돼요."



한 주 내 내 동요를 들려주고 바나나와 이유식으로 촉감을 느끼게 예습 복습을 했다. 아 무서워하던 비눗방울도 연습했다.


이번 주 결과는 다행히  양호


문센 예습복습까지 시키는 할미ᆢ극성일까요??




생후 6개월 아기발달 특징 9가지와 복돌이


1. 기기 시작한다. - 한참 전부터 기고 붙잡고 서는 것도 능숙합니다.

2. 혼자 앉는다. - 오래 전 일이라서 가물가물 할 정도

3. 유치가 나온다. - 쌀알만 한 아랫니가 두 개 나왔어요.

4. 복잡하고 폭넓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 눈물이 엄청 많아요.

5. 자음 옹알이를 한다. - 거의 외계어 수다 수준으로 통역이 어려워요.

6. 간단한 말을 알아듣는다.- 우유 준다는 말 기저귀 간다는 말 전기콘센츠 만지면 혼난다는 말 그 외도 많이...

7. 원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 몸짓을 사용한다. - 응가 한 표정이 특별해요. 

8. 낯가림을 시작한다.- 예쁜 사람은 낯가림 없어요.

9. 면역력이 떨어져서 아프기 시작한다. - 감사하게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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