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계절

《황혼육아 자습서》에필로그

by rosa


또,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고등학교 일 학년 때였다. 아줌마 파마머리에 찡긋 코를 움직이며 잠자리테 안경을 올리던 촌스런 남자.

그의 무대를 보려고 야간 자율학습을 째고 여의도 광장에 갔었다.

국풍 81. 오랜 시간이 흘러 그것이 우민화 장책의 한 수단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허탈함이란.

여하튼 그때 들었던 노래 한곡을 움켜쥐고 사십 년 세월을 훌쩍 지냈다.


어느새 육십 번째 시월이다.

계절이 잊혔다고 슬프게 노래하지만 정작 나의 가을은 그의 노래를 잊지 않았고 오늘도 온종일 같은 소절을 흥얼거린다.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봄날 만난 천사 같은 아이. 오늘이 이백삼십팔 일째 날이다.

3.1kg 아이가 10.1kg이 됐다. 눈뜨기도 힘겨웠던 아이가 돌고래 송을 부른다. 손가락 움직이기도 힘들었던 복돌이 발짝을 뗀다. 가을에 만난 기적에 기대어 육아하는 할미는 언제나 행복을 노래한다.

황혼육아는 힘들고 슬퍼 보인다고 어느 작가님이 말했다. 그래서 노을육아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지나온 이백삼십칠일 동안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한결같은 나의 대답은


"육아가 체질인가 봐요."


그랬다 복돌이와 함께한 이백삼십팔일은 고맙게도 내내 기쁨이었다. 잠을 못 자도, 집안일이 서너 배 늘어도, 허리가 아파도, 무릎이 아파도, 글 쓸 시간이 없어도 나의 자습서에는 전에 없던 위트가 들어섰다. 나 스스로 느끼는 가벼움이 좋다. 랜선 이모, 삼촌, 할머니, 할아버지의 응원을 담뿍 받는 새로운 경험이 신선했다. 그렇게 한 주 한 주 나의 자습서가 채워졌다.

오늘 포스팅으로 틈 없이 꽉 들어찬 나의 브런치북은 온통 기쁨으로 칠해진, 행복한 기록이 되었다.


복돌이가 유치원을 졸업하고 사춘기를 겪고 성인이 되었을 때, 그리고 아빠가 되었을 때 브런치 작가님에게서 받은 사랑과 축복과 응원을 확인하며 항상 기쁘게 살아가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밤을...'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가 사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기억되듯 다음 사십 년에도 시월이면 흥얼대는 노래가 될 것이다. 복돌이라는 사랑스러운 아이를 위해 정성껏 라이킷을 눌러준 브런치작가님의 따뜻한 마음도 전설 같은 동화로 오래오래 기억되길 바란다.


이백삼십팔일 동안 감사한 마음을 에필로그로 대신하며 작가님들 향필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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