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마음은 쓸데없는 짐이다. 미움은 그것을 품은 사람을 먼저 갉아먹는다. 마치 독을 담은 잔을 쥐고, 상대가 마시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요즘 세상은 유난히 거칠다. 화면을 열면 누군가를 향한 분노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언어들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사람들 사이를 가른다. 세대를 미워하고, 성별을 미워하고, 지역을 미워하고, 직업을 미워한다. 마치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으면 내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는 듯이.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미움의 뿌리에는 늘 두려움이 숨어 있다.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봐, 내 자리를 누군가 차지할까 봐, 내가 인정받지 못할까 봐. 결국 미워하는 마음은 불안의 다른 얼굴이다.
미워하는 데는 에너지가 든다. 가슴속에 불을 지피고, 그 불이 꺼지지 않도록 계속 장작을 던져 넣어야 한다. 왜 굳이 그래야 할까.
분노에도 나름의 정의가 있고, 미움에도 삶의 동기가 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며 보낸 시간들이, 결국 내 인생에서 너무나 아까운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더 안아줄 수도 있었을 것이고, 좋아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 자신을 더 다정하게 돌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미워하는 마음은 전염된다. 누군가를 미워하다 보면, 어느새 세상 모든 것이 미워진다. 출근길에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도, 회사에서 마주치는 동료도, 저녁 식탁의 가족조차도.
카페에서 꽁냥 거리는 연인들을 봐도 예쁘게 보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미움은 내 내면의 정서를 파괴했다. 마치 겨울바람이 봄을 잊게 만들듯이.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할 때, 결국 우리는 그 사람과 같은 높이로 내려간다. 미움이라는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다.
적지 않은 삶을 살며 만난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때로는 나를 깊이 상처 입혔던 사람들. 그들을 미워하는 대신 이해하려 했던 순간들이, 조금씩 지금의 나를 만들지 않았을까. 완벽하지 않지만, 적어도 더 평온한 사람으로.
미워하는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상대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용서하는 것이다. 더 이상 미움이라는 무거운 돌을 가슴에 품고 살지 않겠다고, 내 남은 인생을 더 따뜻한 일에 쓰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있는 사람보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 나와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들을 미워하는 대신, 그냥 고요히 거리를 두면 된다. 내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으면 된다. 그저 내 자리에서 단단히 서 있으면 된다.
오늘부터라도 시작해 보자. 미워하는 대신 외면하고, 증오하는 대신 무관심하고, 분노하는 대신 평온함을 선택하는 것.
미워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우리 손에는 사랑을 담을 자리가 생긴다.
가슴속 짐을 내려놓으면, 그 자리에 봄바람이 불어온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알 것이다. 미워하지 않는 삶이 얼마나 가벼운지,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때론 시 같은 문장으로, 때론 과한 설명으로 글을 적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군가 한 분이라도 잠시 마음이 머물렀다면, 그것만으로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