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의 사치

by 재아

생존처럼 먹고, 습관처럼 마시던 날들이었다.

오늘은 달랐다. 늘 마시던 차가운 아메리카노 대신 따뜻한 커피를 골랐다.

컵을 감싼 손바닥에 전해지는 따뜻함, 천천히 피어오르는 김, 한 모금 한 모금 음미하며 마시는 시간. 어느새 두 번째 잔을 들고 있다.

창밖은 매섭게 추운 겨울 저녁이다. 누군가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누군가는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 카페 안 낯선 대화 소리들이 거슬리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평온하다.

가끔은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미각을 되찾는 시간, 천천히 마시는 시간, 김이 피어오르는 것을 바라보는 시간.

이 정도는 사치스러워도 괜찮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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