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정착민 식민주의와 저항의 역사, 1917~2017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총 444쪽 출판사 열린 책들 책값 25,000원
처음으로 읽어본 패자? 의 이야기
지금까지 역사는 이긴 자들만 썼죠. 우리가 알고 배우는 기록들은 모두 승자가 부른 노래였어요. 이제 이기지 않아도 가지지 않아도 역사를 쓸 수 있어요. 이스라엘이라는 거대한 승자가 부르는 쩌렁한 노래 속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던 팔레스타인 사람이 쓴 역사 이야기 들어볼까요?
지은 이는 라시드 할리디 RASHID KHALIDI(뉴욕 컬럼비아 대학 현대 아랍 연구 담당)
오스만 제국부터 정치인, 판사, 외교관을 배출한 할라디 명문가 출신이래요. 특이하게 유엔에서 근무하던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서 3년 동안 생활하며 고등학교를 다녀 한국에 대한 이해도 높고 관심도 있다네요. 이 책은 이제 100년이라는 전쟁을 경험한 할라디 가문 사람들의 경험, 기억과 저자의 체험을 담고 있어요. 팔레스타인 전쟁이야기를 미국이나 이스라엘 입장이 아닌 실제 경험자가 쓴 거죠.
학교 다닐 때, 세계사 시간에 이스라엘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나와요. 2,000년 넘게 전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았고 기꺼이 자신 땅으로 돌아가 나라를 세웠다고요. 빈 땅에 세웠으면 좋았을 텐데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을 성경 속 연고를 주장하며 자기네 땅이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폭력의 건국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죠. 그런 면에서 미국, 호주, 캐나다도 자유로울 수 없죠. 인디언과 애보리안 사람들의 땅을 무력으로 원주민을 제압하고 돈으로 달래고 안 되면 억지로 빼앗아 잘 먹고 잘 살고 있어요. 그래서 미국이 이스라엘 편들까요?
과거 연고로 자기 땅이라고 우기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우리나라도 만주가 우리나라 땅이었다는 증거는 여러 책에 나오지만 우길 수 없잖아요. 다른 나라는 못하는데 이스라엘만 신이 선택한 민족처럼 팔레스타인을 자기네 땅이라 우기죠. 민족, 종교 아무 상관도 없는 영국이 뭐라고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을 가지라 마라 했는지 지금 관점으로 보면 웃기지도 않죠.
어렴풋이 알고 듣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100년 전쟁과 현재 하마스, 팔레스타인 전쟁까지 이해하고 정리하기 좋은 책이에요. 전 특히 이 책이 팔레스타인 사람이 썼다는 게 좋아요. 그렇다고 이 책이 주관적이라는 것은 아니에요. 학자답게 근거, 자료,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해요. 나오는 단어, 사건들이 익숙하지 않아 중간중간 검색해 읽었어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그 정도 노력은 귀찮지 않았어요.
책은 6장으로 되어 있어요.
1. 첫 번째 선전포고, 1917~1939
2. 두 번째 선전포고, 1947~1948
3. 세 번째 선전포고, 1967
4. 네 번째 선전포고, 1982
5. 다섯 번째 선전포고, 1987~1995
6. 여섯 번째 선전포고, 2000~2014
책에 나온 내용과 느낌
25 원주민을 희생시키는 급진적인 사회공학은 모든 식민주의 정착민 운동이 구사하는 방법
유대인, 그리고 많은 기독교인에게 역사적인 이스라엘 땅과 성경의 연관성이 불러일으키는 심대한 공명 resonance
28 사람 없는 땅을 땅 없는 사람들에게 주자 -당시 주민의 95%가 팔레스타인 사람들
69 팔레스타인인들은 자기네 땅에 이방인으로 전락하는 쓰라린 신세가 되었다. – 정신 차리지 않으면 우리를 포함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85 조지 오웰 <그릇된 믿음은 단단한 현실에서 부딪힌다. 보통 전장에서> in front of your nose
99 효과적인 아랍의 동맹자나 근대적 국가기구를 발전시키지 못했다-> 팔레스타인의 실패원인 1
174 <늙은이들은 죽고 젊은이들을 잊어버릴 것>-다비드 벤구리온의 안일한 사고
179 PLO는 < 팔레스타인인>를 <테러리스트>와 동일시하는 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이 만들어 내는 더욱 효과적인 대항 서사를 이겨내지 못했다->
팔레스타인의 실패원인 2
238 1982년 전쟁-레바논에서 헤즈볼라가 부상+레바논 내전 격화와 장기화
240 1987년 1차 인티파다 Intifada -새로운 형태의 저항
247 <피를 흘리면 이목을 끈다. If it bleeds it leads>-슬프지만 맞는 말
262 PLO는 인티파다의 성공을 활용해 해방목표를 중심으로 대화의 장을 끝까지 요구하는 대신 이스라엘이 설계한 과정으로 끌려 들어갔다. -> 팔레스타인의 실패원인 3
302 끈질기게 남아 있는 오슬로의 흐릿한 불빛 때문에 대부분 전문가들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
359 백악관의 중동 정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네타냐후와 이스라엘과 미국의 네타냐후 동맹 세력에게 정책을 외주로 주었다.
366 세계 힘의 지형이 바꾸고 있고 중국과 인도의 영향력이 커지고 러시아도 중동 불안정에 영향을 받는다. 미국이 행동의 자유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변화가 있다면 팔레스타인인들이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이스라엘과 전 세계의 사람들과 나란히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억압하는 것과 전혀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낼 것이다. 평등과 정의에 바탕을 둔 이런 경로만이 100년에 걸친 팔레스타인 전쟁을 끝내고 지속적인 평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평화와 더불어 팔레스타인인들은 마땅히 누려야 하는 해방을 맞이하리라.-
이 책은 2020년에 썼어요. 지금 팔, 하 전쟁 상황이 없었던 상황에서 쓴 결론이네요. 이 부분만 추가로 써서 별첨으로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어요. 지은 이가 말한 것처럼 되려면 힘의 지형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 사이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고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자기 발목을 꺾어 세계정세에서 힘의 지형은 바뀌지 않았어요. 트럼프는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두 개의 전쟁을 종식시킬 거예요. 승자 없는 패자만 있는 종전은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희생과 좌절을 안길 거고 저항의 불씨는 꺼지지 않겠죠. 책에서 나오잖아요. 피를 흘려야 주목을 받는다고..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서방세계의 일방적 억압과 폭정에 시달리면서도 지도자들의 잇권에 따라 실기를 하는 내용이 나와요. 언제나 사람은 이기적이고 민족, 대의보다 자기 앞의 잇권이 더 중요한가 봐요.
자기가 믿는 종교만, 자기 민족만 소중하고 다른 종교와 민족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희생시켜도 된다는 안일한 우월주의는 지금도 있어요.
작가가 책 첫머리에 쓴 것처럼
“타리크, 이드리스, 누르, 모두 21세기에 태어난 손자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아이들은 이 100년 전쟁의 끝을 보게 되리라. ”
이 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