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by 안나


14일 동안 고문 같던 격리를 보내고 돌아온 나를 맞이한 건, 쇠사슬로 잠긴 아파트 문이었다.

우두커니 서있는 내게 방호복을 입어 몸짓이 둔한 아파트 경호원이 다가왔다.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지만 지금 집에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다는 뜻이었다. 아침에 그렇게 돌아가고 싶었던 집인데 쇠사슬로 잠근 문를 못 넘었다. 14일을 버티고 나왔는데 돌아갈 곳이 없었다. 문득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왔다는 서영이 떠올랐다. 베이징 살 때, 모임에서 얼굴 본 사이라 친하지 않지만 알고 있는 사이였다.


나는 3년 전, 베이징에서 상하이 LCC Low Cost Carrier항공사로 이직했다. 선배 기장들은 충고보다 악담 같은 이야기했다.


“너, 상하이 가면 후회할 거다.”

‘그래 지금 이 순간 후회한다.’

지금 4시인데 퇴근도 안 한 서영에게 연락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며 내 손은 이미 서영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여보세요”


서영 목소리는 늘 친절하고 아기 같은 목소리다. 조심스레 상황을 설명했다. 서영은 내가 있는 스타벅스을 안다고 했다. 얼마 뒤, 검은 차가 다가왔다.


“기장님, 타세요.”


남의 회사차이지만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니 편안해졌다.


“오랜만이에요.”


어색한 내 인사에 서영이 웃었다. 아파트 앞에서 서영은 기사에게 밍티앤지앤明天见라는 인사했고 나도 고맙다는 중국어는 할 줄 알았다.


“씨에씨에谢谢”


우리에게 손 흔들고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기사는 돌아섰다. 우리는 몰랐다. 그 기사가 서영을 75일 동안 보지 못할 줄, 서영에게 그날 조기퇴근이 2022년 봄, 마지막 퇴근이라는 것을 우리 셋 다 몰랐다.


서영은 나와 함께 관리 사무실에 가 출입증을 받았다. 숙제를 끝낸 것 같아 홀가분하다고 맥주라도 한잔 하자고 했다. 아무리 급했다지만 얼굴밖에 모르는 서영 집에 캐리어를 끌고 들어가니 민망했다. 낯선 집 식탁에 앉아 있으니 어색함이 가득했다. 서영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와 안주, 서영이 냉장고에서 꺼낸 샐러드, 치즈, 견과를 놓고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우리는 베이징 이야기를 했다. 왕징 아침시장, 김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하얀 두부를 만들어 팔던 집, 늘 신선한 꽃을 몇 십위안만 주면 집 안을 꽃밭으로 만들 수 있던 꽃집, 1kg 가정용 로스터로 열심히 커피콩 볶아 팔던 집을 이야기하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베이징으로 돌아가 있었다. 알코올 도수 6도 IPA 맥주는 하루 종일 사과 하나와 라떼 한 잔을 마신 내장과 혈관 속에 빠르게 퍼졌다. 서영은 작은방에 매트를 깔고 이불과 베개를 가져와 잠자리를 만들어주고 설거지를 하겠다고 주방에 들어갔다.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서영을 나는 뒤에서 조용히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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