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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며느리 비교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나요.

by 마음벗

나에게는 조용하고 현명한 동서가 있다.

나보다 어리고, 아직 세상살이에 서툰 듯한 풋풋함이 남아 있다.


나이 차이를 핑계로 함부로 조언하거나 위아래로 선을 긋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동서에게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말 대신, 표정과 눈빛으로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어쩌면 동서는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명절, 동서가 내게 말했다.

“형님은 어머니랑 너무 자연스럽게 잘 지내시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참 부러워요.”


그 말에 나는 순간 쓴웃음을 지었다.

“우린 애증의 관계예요.”

그렇게 농담처럼 흘려보냈지만, 그 말속에는 오랜 세월의 복잡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동서에게 말했다.

“어머니가 동서를 많이 좋아해요. 나한테 동서 칭찬을 하거든요.”

나는 웃으며 부드럽게 말해주었다.

동서는 내게 다시 말했다.

“어머니도 저한테 형님 칭찬을 많이 하세요. 형님이 어머니랑 여행 다녀야 재밌다고 했다며 그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나는 웃음이 나왔다.

‘내 가요?’

그건 내가 한 말이 아니었다. 어머니 특유의 방식이었다.


'네 형님이 그러니 너도 그래야 하지 않겠니?'라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시어머니는 결국 나와 동서 사이에 묘한 경쟁심이 생기게 만들고, 그 틈에서 어머니는 은근한 우위를 차지하고 싶은듯 했다.


이건 어머니의 오래된 습관일지도 모른다.

며느리를 서로 비교하면서 생기는 감정의 파동 속에서, 어머니는 자신이 여전히 ‘중심’ 임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어머니의 외로움이 만들어낸 방식일지도 모른다.

나는 용기 내서 동서에게 말했다.

“나는 솔직히 어머니가 내 앞에서 동서 칭찬만 너무 많이 하셔서 처음엔 이게 뭔가 했어요. 혹시 동서한테도 내 칭찬을 많이 하지 않나요?”


동서는 놀란 듯 웃었다.

“맞아요. 형님 말처럼 그런 것 같아요.”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나는 말했다.

“어머니 말씀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요.”


동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덧붙였다.

“나는 음식도 못하고 덜렁거려서 늘 부족한 며느리예요. 어머님이 말씀하시는 그런 며느리가 아닐 확률이 높아요.”


“혹시 동서도 어머니가 내 칭찬만 하는 말을 듣고 기분 나쁘거나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건 아마도 “네 형님이 그렇게 하니 너도 내게 그래야 한다. 네 동서가 그렇게 하니 너도 내게 그래야 한다.”는 시어머니만의 강요하는 방식임을 말했다.


내가 하지 않은 말과 행동이 그렇게 흘러 들어갈 수 있음을 정확히 말해 주었다.


그 뒤로 나는 동서를 만나면 딱 한마디만 건넨다.

“고생이 많지요.”

그 말에는 수많은 공감과 위로가 담겨 있다.

며느리라는 자리는 언제나 고단하다.


누구든 나름의 애씀 속에서 시댁이라는 관계망을 버티고 견디며 살아간다.

안타깝지만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비교해서 잠깐의 만족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그분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진다면, 다는 이해할 수 없지만 내가 해결할 수 없기에 그 또한 받아들여야 했다.


그것이 그분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일이라면 말이다.

결국 나는 동서와 나 사이의 오해를 차단시키는 일, 그것이 진짜 관계의 성숙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더 잘했는가, 누가 더 사랑받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비교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


그것이 며느리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의 품격이라고 믿는다.

비교는 사랑을 시기하게 만들지만, 이해는 관계를 평화롭게 만들었다.

진짜 어른은 비교 속에서도 마음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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