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인의 말 - 3
어떤 일이든 간에 '동기(motivation)'이란 참 중요하다. 목적이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동기부여에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외적 동기부여와 자존감을 건드리는 말인 내적 동기부여가 있다.
달린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외적 동기부여가 많이 필요했다. 해보지 않은 거리, 페이스에 늘 새롭게 도전하는 입장이였기 때문에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을 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주변 러너들이 '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끌어주곤 했다. 그리고 명언을 많이 찾아봤던 것 같다. 꼭 체육인이 아니더라도 유명인의 말을 통해서 자신감을 충전하고는 했다.
그러다가 첫 풀코스 완주 이후 나의 달리기 도전이 물음표에서 확신의 느낌표로 바뀌었고, 앞으로의 대회를 완주가 아닌 기록을 목표로 향해 달리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전에 봤던 명언이나 단지 '할 수 있다'는 말이 더 이상 자극되지 않았다.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도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의 운동에 대한 생각과 선입견을 변화시키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시켜주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무수한 말들 가운데 3가지를 꼽았다.
1. 기구? 내 체중을 이겨내는 게 제일 큰 운동이야
"근력을 키우려면 어떤 기구로 해야해요?" 당시 나의 물음에 복싱 코치님을 이렇게 답해주었다. "기구 다 필요 없고, 내 체중을 실어서 동작을 하면 충분히 근력 키울 수 있어" 하긴, 당시 무릎 꿇고 하는 푸쉬업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때라 무작정 기구를 들어서 하는 건 무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이후 러닝을 하면서 보강 운동을 할 일들이 많았는데, 이때 말들로 인해 서킷 트레이닝, 스텝 박스를 활용한 맨몸 운동 혹은 밴드를 이용한 저항 운동을 선호하게 되었고, 꼭 무게를 집착하지 않아도 충분히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2. 유연한 것과 가동 범위를 늘리는 건 달라요
운동을 할 때 늘 나는 유연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세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유연성이 없어서라며 변화할 수 없는 일로 여겼다. 어쩌면 타고나지 않은 유연성을 핑곗거리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발목을 다친 일이 있어서 재활을 시작했을 때 재활 선생님은 말했다. "유연성과 가동성은 다른 개념이예요" 유연성은 몸을 늘리는 데에 집중하게 만든다면, 가동성은 내가 가닿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게 위해 몸을 쓰게 만드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뒤 가동 범위를 늘리기 위해 몸의 관절 곳곳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매일 같이 하였다. 그 뒤 "내 몸이 뻣뻣해서 못하는 거야"라고 생각했던 동작이 점차 부드럽게 수행되었다.
3. 가서 보고 판단하시죠
첫 해외 마라톤을 앞둔 상태에서 풀코스 경험은 고작 한 번뿐인 내게,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가서 어떻게 뛰어야 하나 경험자들에게 물었을 때 답은 "해외 마라톤은 즐기러 가는 거예요~" "어차피 사람들이 많아서 길을 뚫고 가기 어려워요~"와 같이 마음을 비우라는 듯한 말이었다. 그러다가 러닝 클래스 코치님에서 들은 "가서 보고 판단하시죠"는 대회 당일 매우 큰 힘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야외에서 하는 종목 특성상 변수가 많은데, 그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하는 건 오직 나 자신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말 희안하게도 초반부터 수많은 러너들에게 길이 밀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러너들은 주로의 양쪽으로 나뉘어 뛰면서 내 앞이 텅텅비게 되었다. 페이스를 늦추고 안정적으로 달리겠다는 애초 계획을 변경하여 내 몸을 믿고 쭉쭉 달리기 시작했다.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