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으로 함께 뛰는 러너 중 한 친구는 20년 차이다. 중학생 때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뛰면서 무수한 대회에 나갔고, 마라톤 풀코스 서브 3(3시간 이내) 주자이기도 하다. 그는 더 한 기록 단축을 목표로 하는 러너이다.
그는 장애를 갖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훈련을 매우 정확하게 소화한다. 훈련 시간에 만나면 스마트 워치를 가져와 내게 보여주며 기록 자랑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훈련을 어떻게 했는지 말한다. 그를 처음 알게 된 2년 전에는 흘려들었는데 귀 기울여 들으니 깜짝 놀랄만한 내용이다.
“어제 아주 정신없이 뛰었어!”
“00 님 뒤에 바짝 붙어서 뛰었어! “
_ 인터벌 훈련 뒤에
마치 나에게 ‘러너로서’ 필요한 마음가짐을 일러주는 것 같다. 달릴 때 생각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에, 속으로 조금 뜨끔했다. 저 말은 “네 레이스에 몰입하라 “는 일침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해보자”
한 번은 파틀렉이라는 훈련을 할 때였다. 파틀렉은 야외에서 업힐, 다운힐 등 자유롭게 달리면서 각종 상황에 적응하는 훈련이다. 함께 뛰다가 그만 길을 잃었다. 되돌아가야 할 길 정반대로 가버린 것이다. 나도 모르게 ”아놔.... “를 외쳤다. 그 말은 들은 그 친구는 나긋하게 읇조리며 ”해보자..”라고 말했다. 나의 반응이 절망이나 포기로 들렸던 것일까.
로드 러닝을 즐겨하는 러너는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겨울 한파, 여름 장마철 고민은 “어디서 뛰어야 하나?”이다. 어제 훈련을 마치고,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장마 이야기 끝에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비 맞으면서 뛰어야 해, 시원하게!”
그는 한결 같이 말해왔는데, 요즘에서야 그의 말들이 새겨진다. 그리고 이제야 제대로 훈련할 마음가짐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러너의 인사말 중 하나는 “부상 없이~~”인데, 단단해진 마음과 체력으로 부상 없이 지속적으로, 꾸준히 달리고 싶다.
ㅂㅎ! 함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