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m 조깅을 하며 얻은 달리기 근육
작년 이맘때 3~5월 매달 하프 코스 대회를 나갔다. 목표는 기록 단축이었다. 그러나 바람과 달리 잇따른 고통을 겪었고, 특히 5월에 나간 대회에서는 2시간 30분 컷오프에 가까운 시간에 들어가서야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그리고 런태기를 겪었다.
뛰기 싫은 게 아니라 뛰고 싶은데 뛰어지지 않았다. 페이스는 점점 떨어졌고,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겨우내 그렇게 뛰던 트랙에서 채 2000미터를 뛸 수가 없었다. 잠시간의 휴식 후 그동안 했던 운동 방식을 바꿔보기로 하였다. 기록과 속력을 신경 쓰지 않고, 다시 거리를 채워보기로 말이다.
우선 시작한 것은 아침 10km 달리기였다. 늘 뛰던 곳이었지만 평소에는 3-7km 정도만 뛰었을 뿐이었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된 6월. 일단 견뎌보기로 했다. 무조건 10km를 채워보기로 했다.
사실 10km는 대회에서나 뛰던 거리였다. 그런 내가 그 두 배 이상의 거리 하프 코스 기록 단축을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차분히 10km를 반복해 나갔다. 고통스럽던 거리가 점차 몰입되기 시작했다. 천천히 달리니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보았고, 내 자세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자세에 신경 쓰며 뛰다 보니 거리는 금세 채워졌다. 그리고 달리기 근육과 함께 인내 근육도 각이 되기 시작했다.
애초 ‘빨라지겠다’는 건 목표가 될 수 없었다. 달리기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한데 욕심이 앞서버린 것이다. 그렇게 나는 작년 여름부터 달리기 근육을 다시 만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