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을 반복해서 뛰며, 몰입하는 일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면
종합운동장 잠실 보조경기장을 말할 거야
러닝 훈련을 시작했을 때 잠실 보조경기장 400미터 정규 트랙을 뛰었습니다. 그때는 트랙을 뛰는 일이 무척 지루하게만 느껴졌어요. 풍경이 계속 바뀌는 한강런, 시티런만을 뛰다가 "트랙 3000 미터 뛰세요."라고 하면 "어휴. 7바퀴 반인데 언제 다 뛰냐"부터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400미터 한 바퀴, 같은 주로를 뛰는 일은 저에게 인내심을 요구했습니다. 앞만 보고 직선 주로를 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변에 바다 바람이 불거나 한강의 경치가 보이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트랙 뛰는 일이 견딜만해졌어요. 아마 올해 2022년 1월의 일일 것입니다.
다를 것 없는 워밍업 조깅이었는데, 그날 그때의 페이스가 제게 딱 맞았던지 "아 .. 이대로 쭉 달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그리고 같이 뛰는 사람의 발소리, 주변의 소음이 차단되면서 온전히 제 호흡, 숨소리만 들리더라고요. 네, 그것이 바로 몰입이었습니다.
달리기의 즐거움은
거리도, 시간도, 페이스도 아닌
'몰입'이라는 걸
몰입의 순간을 겪은 뒤로는 달리는 일에 더욱 집중력이 생겼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달리기의 즐거움은 거리도, 시간도, 페이스도 아닌 '몰입'이라는 것"을요. 수영에서도 처음 50미터를 돌 때 아 이대로 계속 돌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는데 그게 몰입의 순간이었네요.
늦가을에서 시작해 겨울, 봄을 보내던 제게 복병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여름이죠. 유독 더위에 약한 전 그동안 여름만 되면 '자체' 시즌 오프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2022년의 여름엔 달려야했고, 달라져야만 했습니다. 목표가 점점 생겼거든요.
목표를 향해 400미터 트랙을 뛰고 또 뛰고, 달리기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달리며 땀내는 여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저 반복해서 뛰었을 뿐인데
어느새 3km에서 10km, 15km를 뛸 수 있는
러너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