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을 위해 회상하는 첫 풀코스 도전기
주변 사람들은 내게 종종 묻곤 했다. “가족 중에 운동 좋아하는 사람 있어?” “아니, 나만 러닝 해”
작년 이맘때는 본격적으로 첫 풀코스 완주 도전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달리는 횟수와 거리를 늘려가고 있던 때였다. 가족 중 나만 달리는 터라 그렇게 달려야 하는 이유를 잘 이해하진 못하는 듯했다. 해가 떠 더워지기 전에 새벽에 나가는 내게 아버지는 말하곤 했으니깐 “그렇게 까지 뛰어야 하냐?” 나는 답했다. “응!”
간결하게 대답하고 뛰었다.
첫 풀코스 도전이었기에 준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42.195km는 얼마나 되는 거리인가요?”라고 묻는 질문에 댓글이 달린다. ”여의도에서 천호대교 넘어서요” “수원에서 종로 3가요!” “방화동에서 상일동 직선거리요 “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인천공항까지요! “ 서울 안에서도 몇 개의 지역구를 넘어야 하고, 시도를 넘어야 완성할 수 있는 거리가 풀코스다.
나는 거리 감각부터 차곡히 쌓았다. 우선 조깅 거리를 10km로 늘린 후 반복해 나갔다. 무더위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반복하니 거리가 짧게 느껴지는 순간이 생겼다. 러닝 체력이 쌓이니 거리를 늘릴 수 있었다. 풀코스의 절반도 연습으로 뛸 수 있게 되고, 풀코스의 사점이라는 30km도 완주하고, 35km까지 뛰어보니 그제야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것 같았다.
특히 35km를 뛰고 나서는 “이제 7.195km"만 뛰면 되는 거네?” 하며 자신감도 생겼다. 물론 대회 당일에 다시 뛰어야 하지만, 해본 것과 해보지 않은 것은 심리적인 차이가 크다. “해볼 수 있을까?”에서 “해볼 수도 있겠다!” 물음표에서 확신의 느낌표로 바뀌는 시기가 필요하다. 마라톤 풀코스는 체력을 바탕으로 한 심리전이기 때문이다. 확신은 빠르기가 아닌 거리로 확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