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인의 말 - 2
내 주변에는 달리기 경력이 꽤 되신 분들이 많다. 아, 달리기라기보다 마라톤 경력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그냥’ 달리기와 ‘대회를 위한’ 달리기는 다르니깐.
나는 러너로서 ‘취약‘점이 있는데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빨리 달리는 것을 가끔은 회피해 왔다. 왠지 나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같이 뛰는 훈련 특성상 누가 잘하는지가 명확히 보인다. 나는 뒤처질 때마다 그냥 놓았다. 적당히 뛰고 마무리했다. 그리고는 말했지. “오늘 컨디션이....”
이런 회피 성향을 일깨워준 건 마라톤 풀코스 서브 3 주자였다. 그는 매번 숨을 토해내듯 뛴다. 오랜 갈망 끝에 2023 서울마라톤에서 3시간 이내로 완주했다.
”그렇게 뛰면 그냥 달리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
숨 차오르는 게 너무 싫다는 내 말에 위와 같이 답해주었다. “빨라지려면 빨리 달려야죠”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 이 말이 굉장한 기폭제가 되었다. 그게 작년 가을 마라톤 직후였으니깐, 2023년 11월 중순 무렵이다. 그 뒤 나는 나만의 ‘스피드 때려잡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어떤 순간에도 마지막은 질주하리라 다짐했고, 페이스가 밀리면 놓는 습관을 고치고자 했다.
- 20km 장거리 마지막 3km는 스퍼트
- 빌드업 조깅 마지막 400m는 전력질주
- 70분 조깅 마지막 1km는 페이스 올려서
무조건 숨 차오르는 상태에서 뛰기로 결심했고, 한 달 뒤 10km 기록을 3분 단축하게 되었다. 한 번 고비를 넘고 나니 호흡 차게 달리는 두려움이 사라졌다.
스피드 때려잡기를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고, 여전히 마지막은 질주하는 중이다. 변화된 것은 페이스뿐만이 아니다. 몸에 스피드 감각을 쌓였는지 이제는 내가 ‘의식’ 하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나간다. 예전에는 ‘질주’라는 입력값을 넣어야 했는데, 요즘은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느낌이랄까.
그때 만일 같이 달리시는 분이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의 달리기와 비교하며 스피드를 약점이라 여기며 달렸을 것이다. 내게 스피드는 취약할 뿐이었다. 스피드가 타고난 것이 아니고 단지 약한 부분이라 생각하니 강하게 만들면 된다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