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가 여름이 되면 산을 뛰는 이유
내 인생에 산 뛰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산은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오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지난 5월 15일. 생애 처음 '트레일러닝'에 도전했다. 물론 자발적인 일이었다.
로드 러닝 하는 사람들이 고려하는 점은 기온, 날씨 그리고 상승 고도이다. 기온과 날씨는 택할 수 있지만, 상승 고도는 고유의 지형이기 때문에 택할 수 없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춘천 마라톤’이다. 만일 첫 풀코스로 춘천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러너들은 말할 것이다. “어쩌다가... “ 숙련된 러너가 아니면 평지면보다 기울기에 당황할 것이다. 그래서 업힐 훈련을 한다. 그게 여름이다.
여름에는 뛸 수 있는 시간이 제약적이다. 해가 뜨기 전인 새벽에, 뙤약볕을 피해 그늘로, 최대한 태양을 피해 달린다. 서울에서는 남산이 러너에게 여름 피서지다.
남산도 산이다. 남쪽에 있는 산은 서울 한복판에 있어 공원쯤으로 여겨지지만, 해발고도 280m로 동네 뒷산 100m 내외보다는 높고, 등산으로 종종 가는 서울 서쪽의 인왕산 338m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도로가 산책로로 잘 정비되어 있다는 차이뿐이다. 러너들은 남산 북측순환로를 주로 달린다.
남산 북측순환로는 편도로 3km이고, 보통 1회전에서 4회전을 돈다. 2회전부터는 선택이다. 3회전부터는 도전이 된다. 1회전 6km는 로드 러닝 10km를 평소 뛰던 사람들에게 어쩐지 아쉬운 숫자이다. 그래서 2회전을 뛴다. 하지만 업힐을 마주하자마자 이내 생각한다. “나는 왜 또....”
평소에는 별 것 아닌 턱이 뛰다 보면 별 것이 된다. 그 부하를 견디기 위해 산을 택한다. 러너는 고도가 별 것이 아닌 것이 될 때까지 산을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