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nday Wendy May 06. 2024

[Runsay]언젠가는 비를 맞으면서 뛰지 않을까?

- 언젠가는 비를 맞으면서 뛰지 않을까?

- 그렇다면 오늘 스타트를 끊자


이미 쿠션이 죽어서 넣어두었덤 러닝화를 꺼냈고, 우비를 입었다.


처음은 깊은 기억이 되기 마련이다. '우중런'이 그랬다. 비가 오면 뛰지 않았다. 실내 운동으로 대체한다면서 수영을 가곤 했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비를 맞으면서 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오늘 스타트를 끊자!" 그날은 하필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2023년 7월 4일, 첫 우중런의 기록




하필, 하필이었지만 마음먹은 건 바로 실행해야 더 미루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로드 러너로서 더 이상 우중런을 미룰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하게 되었던 날이었던 것 같다. 우중런이 처음이던 난, 우비를 챙겨 입고 쿠션이 이미 죽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러닝화를 꺼내 들었다. 첫걸음을 시작하기도 전에 러닝화와 양말은 이미 흠뻑 젖어버렸지만 젖어버린 이상 뛰어야 했다. 그렇게 동네 산책길을 뛰었다. 개구리 소리가 들렸고, 바닥에 지렁이가 나와 꿈틀대고 있었다. 서서히 우비 안도 젖기 시작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빗속에서 언제 이렇게 뛰어볼까 싶었다. 러닝 하는 사람 아니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미친 사람으로 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비 사이를 뚫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러닝을 마친 후 화장실에 가니 빗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빗물에 젖었다는 찜찜함보다 개운함이,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뒤로 비가 그렇게 많이 내리진 않았지만, 비 내리는 날은 잦았다. 한 번을 뚫으니 그 다음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몇 달 뒤 같은 해 첫 풀코스를 뛰던 날은 폭우가 내렸다. 빗물이 퍼붓던 그날, 나는 마음으로 웃었다. 처음 우중런을 했던 그날을 떠올리며.


이전 01화 뛰기 좋은 계절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