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가 무더위를 견디는 법
_애나 고드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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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몇 가지 단어가 있다. 활기, 생기. 주로 ‘기운’과 관련된 것들인데, 그래서 주로 '기운 찬 것‘들을 좋아한다. 여름은 그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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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사계절 중 가장 강렬하다. 모든 것들이 나 좀 봐달라고 제일 아우성치는 때이기도 하다. 나뭇잎들은 푸릇함으로 활력을 뽐내고, 매미는 한철 동안 목놓아 울어대며, 태양은 있는 힘을 다해 빛을 내리쬔다. 나는 이렇게 자연이 주는 기운을 통해 일 년에 쓸 모든 활기를 여름 내내 몸에 모아두곤 했었다. 힘껏. 양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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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여름은 달리는 일이 유독 쉽지 않게 느껴졌다. 나는 겨울보다 여름 달리기를 좋아하여 “겨울에 손발 깨질 것 같은데 뛰는 것보다 낫지 않아?” 나 자신을 타이르듯 말하곤 했지만, 이따금 혹서기보다 혹한기에 달리는 게 나았던 건가. 스스로 헷갈렸다. 여름이란 계절을 좋아함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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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다가 나갔다. 마음을 먹은 터라 준비하고, 나가고, 뛰는데 막힘이 없었다. “하루사이에 이렇게 달리지는 건가” ”어제보다는 낫네! “라며 생각하니, 근래 여름 중 뛸만하다 느꼈다. 짧은 순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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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서히 발에서 불나는 것 같이 느껴지고, 온몸에 땀은 주체할 수 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물을 마시고 다시 출발할까?” “몸에 좀 물을 끼얹질까?” 고민했지만 멈추면 다시 뛰기 어려워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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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난 집에서 먼 곳을 향해 달렸고. 같은 길을 두 번 도는 순환코스를 택했다. 멀어지면 집에 돌아와야 하니깐, 반복해서 돌면 빠져나갈 생각을 덜하게 되니깐. 다가올 가을을 위해 이렇게 두 번째 여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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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낭만의 완성은 달릴 때이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