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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by 언더독

새벽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자주 있는 일이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가속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하면서 밤새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이 고통을 무언가가 또는 누군가가 나로부터 앗아가거나 잊히게 만들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 고통은 내 것이다. 나만 이해할 수 있으며, 나만 해결할 수 있는.


반드시 해결할 것이고.


그렇기에 애초에 남들과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주제이다. 내가 정신과 의사들, 약, 유리 멘탈들, 술을 멀리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평소에 말수가 없고, 사람 안 만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내가 되고 싶은 것, 내가 실현하려고 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행위이고 존재들이기 때문에.


나는 'C.S. 루이스' 작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한 번씩 다시 읽는데, 거기에 나오는 내용 하나를 공유할까 한다.


이 책은 삼촌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조카 악마 '웜우드'에게, 어떻게 하면 인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악마 업무 인수인계'에 관한 내용이다.


공유하는 챕터의 내용은, 삼촌 악마가 조카 악마를 호되게 꾸짖는 단락이다.


조카 '웜우드'가 일을 망쳐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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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네가 무슨 큰 실수를 했는지 좀 따져보자. 무엇보다 먼저, 넌 네 나름대로 변명을 내세우며 환자가 진짜 좋아하는 책을 읽도록 허용했다. 그런데 환자는 새 친구들에게 아는 척하려고 책을 읽은 게 아니라 진짜 좋아서 읽었지. 둘째, 너는 환자가 오래된 물방앗간까지 산책을 나가 그곳에서 차를 마시도록 허용했다. 환자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시골길을 그것도 혼자서 가게 하다니, 한마디로 넌 긍정적인 진짜 쾌락을 두 가지나 허용한 셈이다. 그 위험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무식하단 말이냐?


고통과 쾌락은 너무나도 명백한 현실이기 때문에, 그것이 지속되는 한 현실의 시금석 노릇을 하게 되는 법이다. 따라서 낭만적인 방법 - 이를테면 상상 속에 걱정거리를 만들어 놓고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대는 베르테르나 해롤드 공자처럼 만드는 방법 - 을 써서 환자를 멸망시키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진정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해야 한다. 5분간의 순수한 치통만으로도 터무니없는 것에 느꼈던 낭만적 슬픔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네 전략이 죄다 폭로되고 만다구.


넌 '세상'을 이용해서, 즉 허영심이나 부산스러움, 아이러니, 사치스러운 따분함을 쾌락인 양 속임으로써 환자를 파멸시키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런 네가 어떻게 진정한 쾌락이야말로 최후까지 막아야 할 금기사항임을 잊을 수 있단 말이냐? 네가 지금껏 그렇게나 노력해서 환자로 하여금 애지중지하게 만든 싸구려 쾌락들이 단 한순간의 비교로 무색해지리라는 걸 예견치 못했다는 거냐? 네가 허용한 책과 산책의 쾌락이 무엇보다 위험하다는 걸 몰랐어? 그 쾌감이 환자의 감수성에 덮여 있던 덥게를 벗겨 내고, 이제야 제 모습을 되찾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줄 줄 몰랐느냐고? 환자를 원수( = 악마들의 적, '신'을 말한다.)에게서 격리시키기 위한 예비 단계로 먼저 그 자신에게서 격리시키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는데, 이젠 다 글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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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원수도 인간을 그 자신에게서 격리시키기 원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방향이 달라. 그 작자는 이 조그만 버러지들을 진짜로 좋아하기 때문에 한 마리 한 마리의 차이에 터무니없이 큰 가치를 부여한다는 걸 명심해야지. 원수가 자아를 버리라는 건 아집으로 소리치고 주장하기를 그만두라는 뜻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간들이 아집을 버리고 나면 진짜 각자의 개성을 전부 돌려준다구. 원수는 인간이 온전히 그의 것이 될 때, 그 어느 때보다 더 진정한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불행히도 이건 원수의 진심이지.)


그러니까 원수는 그의 뜻에 온전히 복종하기 위해 설사 해롭지 않은 의지라 하더라도 기꺼이 포기하는 인간을 기뻐하는 반면, 그 밖에 다른 이유로 제 본질에서 벗어나 표류하는 인간을 아주 싫어한다. 물론 우리야 당연히 이런 표류를 부추겨야지.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취향과 충동은 원수가 준 원재료이자 출발점이다. 그러므로 그런 취향과 충동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만 있다면 우리로선 먼저 한 점을 따고 들어가는 셈이다. 그러니 아무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도 자기가 정말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를 제쳐놓은 채, 세상의 기준과 관습과 유행에 따르게 하는 편이 좋은 게야.


나라면 이 전략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 실제로는 죄라고 할 수 없는 개인적인 취향들을 뿌리째 뽑아 버리는 걸 원칙으로 삼겠단 말이야. 크리켓을 즐긴다거나 우표를 모은다거나 코코아 마시는 일처럼 아무리 사소한 취미라도 모조리 뿌리 뽑아야 해. 물론 나도 그런 취미 자체가 미덕과 관계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 속엔 아무래도 미심쩍은 순수함이나 겸양이나 몰입의 경지 같은 게 존재하지. 누가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고 아무 사심 없이 좋아하는 대상을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우리의 가장 정교한 공격방식에 대항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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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룩하고자 하는 것은.


누구의 지시 또는 외압에 응답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힘을 가진, 독립적인 영혼을 물리적으로 랜더링 하는 것이며.


내 주변의 시공간을 내 의지대로, 내 뜻한바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개인적인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니.


말 그대로, 태초에 주어진 운명을 강제로 거슬러.


내 자신이 알파요 오메가가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초기 불교 경전인 '숫타니파타' 1092번째 구절에 기록된 '수행자(아라한)'의 상태가 되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Sutta Nipāta 1092 (산크리스트어)


"Sabbaṃ taṇhaṃ pariññāya, sabbaṃ chetvāna bandhanaṃ; Yo munī tiṇṇasokova, carati loke anāsavo."


"그는 모든 갈망(taṇhā / bandhana)에서 벗어나 홀로 걷는다(carati loke). 그는 진실로 독립된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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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니, 해외여행이니, 메이커 아파트니, 여자니, 자동차니 하는 것들은 얼마든지 생략할 수 있다. 나한텐 그렇게 중요한 것들도 아니다.


그러나 저 가치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건강이나 목숨을 담보 잡히더라도.


난 과거에 실제로 목숨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급여명세서에 생명수당이 들어가 있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로막는다면, 그게 '사탄'이라 할지라도 각오는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도 자신이 진정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으로 거듭나고 싶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부재하다면 대단한 위기감을 느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겠다.


그것은 대중성과 유행에 표류하고 있다는 뜻으로, 스스로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정말로 중요한 것에는) 것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짧다.


정말 짧다.


당신은 오늘 밤에 잠이 들면, 당장 내일 아침에 살아서 눈을 뜨게 될 것이라 장담할 수 있는가?


이 글을 쓰는 '내가 이루려는 것'과 '당신의 것'에서 그 방향과 내용이 다른 것은 아무렴 상관이 없고, 문제가 될 것도, 문제를 삼을 것도 없다.(그런 걸로 문제 삼는 사람 있으면 무시하면 된다. 보통 할 일 없는 사람들이 그런다.)


그러나 그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삶을 관통할만한 중대 결함이 된다는 사실을 글을 통해 짚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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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러분에게 득 될 글을 쓰지, 실이 될 글을 써보이지는 않는다.


주말에 한참동안 혼자가 되어 고민해보길 바란다.


그게 중요한 것이다.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은 중요하지 않다.


나 역시, 당신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System Of A Down - Spiders [H.Q.]

https://www.youtube.com/watch?v=enQoWeKyVRM



< 9차 총회 > * 5/23 9pm 예약 마감


장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 ***

시기 : 2025.05.25 (일) 2pm - 4pm

비용 : 5만 원


* 총회 누적 참가자 수 : 44명

* 컨설팅 누적 진행 횟수 : 6

* 컨설팅은 총회 실 참가자 중에서만 진행합니다.


참여 희망자는 아래 채팅방 입장, '채팅방 공지' 참조하여 예약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입장 시, 프로필명을 '브런치 계정명'으로 달아주시면 되겠습니다.


입장 코드 : 0728

https://open.kakao.com/o/gLGt97wg


[ 총회 진행 목차 ]


- 돈은 무엇인가(Gold standard, Fiat currency, Fractional Reserve bank system, 연준 통화정책 등)

- 한국의 세금은 무엇인가(실 참여자 외 완전한 비공개)

-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 방안(개인 또는 가구가 할 수 있는 구체적 자원 배치 및 주식 투자 전략.)

- 주식, 현물, 비트코인, 부동산, 파생상품, 레버리지에 대한 거시적 인사이트 제공

- Q&A


2024년 AMAZON 출판작(국내 판매본 - 한글) < From Zero > : https://kmong.com/gig/58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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