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시거'라는 사람이 있다.

by 언더독

'안톤 시거'. '안톤 시거'라는 캐릭터가 있다.



소설가 '코맥 맥카시'의 소설을 영화화하여 만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의 시놉시스를 먼저 써본다.


총격전이 벌어진 끔찍한 현장에서 르웰린 모스(조슈 브롤린)는


우연히 이백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손에 넣는다.


그러나 이 가방을 찾는 또 다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그리고 이들의 뒤를 쫓는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까지 합세하면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목숨을 건 추격전이 시작된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안톤 시거'는 사이코패스이다. 그리고 사라진 이백만 달러를 회수할 목적으로 기용된 일종의 해결사이다. 흔히 말하는 킬러인 것이다. 이 영화는 그저 줄거리로만 보아도 스릴 있지만, 제법 철학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철학적인 방향으로 줄거리를 풀어보자면 대강 다음과 같다.



img.jpg 도망자 '르웰린 모스' : 일반인


No_Country_for_Old_Men_2007_BDRip_1080p_x264_DTS-HighCode.mkv_006542614.png?type=w800 추격자 '안톤 시거' : 재앙


5A6e5AGyW_oi6LvzfToa2GjGad4.png 보안관 '에드 톰 벨' : 지성인


추격자 '안톤 시거'는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 '재앙'을 의미한다. 돈, 명예, 권력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 인물이 가진 단 하나의 목적은 파멸이다. 그러한 원칙을 가지고 있으나, 특이한 점이라고 할 만한 것은 파멸이 일어나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고 때때로 파멸 직전, 희생양에게 기회를 주기도 하는 것이다. 기회라고 함은 아무 일 없이 생존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오로지 운을 통해서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고, 그러한 기회는 영화에서 동전 던지기로 표현된다. 앞면인지 뒷면인지 맞추면, 총을 안 맞고 아무 일 없을 수 있다. 그렇게 간단하다.


도망자 '르웰린 모스'는 평범한 사람을 의미한다. 눈앞의 이익을 지나치지 못하며, 나름대로의 책임감과 계획성, 논리성을 지니고 있다. 위기가 연달아 닥치더라도, 이성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종래에는 '안톤 시거'에게 처참히 살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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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 '에드 톰 벨'은 지성인을 뜻한다. 그는 '안톤'과 '모스' 사이에 발생하는 연속적인 살인, 방화, 기물 손괴 등의 사건들을 추격하지만, 끝내 '모스'를 지켜내지 못한다. '안톤'의 얼굴은 구경조차 하지 못한다. 영화 말미에는 보안관에서 은퇴한다. 그는 오래 알고 지낸 지인에게 복잡한 심경을 보이며, 이런 말을 한다.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적을 만난 것 같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지성인이 예상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세상은 없다.'는 의미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혼돈의 세상 안에서 완전히 안전해질 수 없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북미 영화 포스터에는 다음과 같은 한마디 문장이 적혀있다.


There are no clean getaways.(확실한 탈출로 같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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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수성가의 과정에 있는 청년이다. 영화, 철학, 음악, 운동, 담배, 글쓰기, 내연기관을 좋아한다. 피고용인의 생활을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작은 장사들을 해보았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다 접은 상태이고, 돈을 잃지는 않았다. 주식 투자를 마냥 좋아한다기보다는 잘하려고 오래간 노력 했고, 잘하는 편이다.


나이에 비해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보았고, 대부분의 것들을 실패했다. 잘 되고 있는 것 한두 가지로 밀고 나가고 있다.


그래서 말할 수 있다. 나는 재앙을 꽤 많이 겪어보았다. '안톤 시거'는 뭐가 어찌 되었든 결국에는 목표한 타겟 앞에 무기를 가지고 나타난다. 그리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망설임 없이 미간에 총을 쏴 죽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서 떠난다. 원래 그는 돈가방을 회수하기 위해 타겟들에게 접근한 것이지만 꼭 죽어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돈 준다고 싹싹 빌어도 그냥 죽여버린다. 재앙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타협의 여지가 전무하다. 그리고 오로지 운에 의해, 희생양의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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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안이 경제적으로 궁핍했고, 가정사 또한 폭력적이었기에 급히 돈이 필요했다. 20대 초반, 돈을 벌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 인도양 한가운데서 갑판 작업 중 선박 바깥 20m 낭떠러지로 추락할 뻔했었다. 아프리카 연안에서는 해적선에게 추격당하기도 했었다. 기상악화로 집채만 한 파도가 덮쳐오는 황천항해 중 배가 응력을 견디다 못해 선체의 쇳덩이들이 휘면서 내는 금속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밤새 구명장비를 옆구리에 끼고 선잠을 자고는 했다. 튀어 오르는 철재 장비들을 피하려 몸을 날렸으나 손과 가슴에 파편이 튀어 박혔고, 지금까지 그 흉터는 내 몸에 새겨져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로는 투자와 장사, 각 종 알바를 했다. 투자로 천만 원 이상을 날려보기도 했다. 경쟁업체의 공격으로 장사가 주저앉기도 했다. 현장에서 일을 하다 낙하물에 눈두덩이를 맞아 눈썹을 7cm 꿰맸다. 그제도 유리파편에 손가락을 베어 샤워할 때마다 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 7일 일을 나가고, 주 5일 주식을 모니터링한다. 매일 경제 칼럼과 뉴스를 보며 환율과 각 종 지수, 시황을 업데이트한다. 팔 굽혀 펴기와 턱걸이, 조깅을 한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기도 하다.




내가 글을 쓰는 최대의 이유는 그냥 이게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다음 이유는 나와 같은 길을 걸을 생각인, 또는 불가피하게 걸어야만 하는, 또는 불가피하게 걷고 있는 이들에게 가장 실전적인 인사이트를 주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실용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저 뒤 이유 어딘가에, 이렇게 글을 써서 용돈이라도 좀 벌었으면 하는 마음이 아주 조금 있기는 하다.(거짓말하진 않겠다. 그러나 용돈벌이가 주요한 이유는 아니다.)


그리고 오늘의 글에서 자수성가의 길을 걷는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는 '안톤 시거'가 되었을 때, 가장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재앙과 같은 속성을 지닌 인간이 되면 모든 사건에 타협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최대치의 효율성을 끌어오게 된다. 총알 하나로 적 하나를 죽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난사하지 않게 되어, 총알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흔히들 말하는 인생의 '재미' 요소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잃게 되었을 때, 우리는 타협 없는 재앙과도 같은 속성을 지닌 인자강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한 방법은 각각의 재미 요소에 대한 효용감을 최대한 빨리 상실하는 것이다. 이것을 빨리 이루는 데에는 '지능'이 큰 상수값이 된다.


나는 명품, 여행, 자동차 등과 같은 물질적인 재미요소는 굳이 경험해보지 않고 그 효용감을 빠르게 상실했다. 그만한 지능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자에 관해서는 완전히 효용감을 상실시키지 못했고, 한동안 여자를 계속 만나던 시기가 있었다. 여러 여자를 만나보고 나서야 성적 욕구와 역학적 우위 같은 것들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고, 비로소 여자에 대한 효용감을 상실했다. 그것을 해보고 나서야 깨닫게 된 나의 멍청함이 아쉽기는 하다. 만약, 여자에 대한 효용감을 빨리 상실했다면 자산 증식 목표 달성을 몇 년은 앞당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지금의 나는 마음저변까지 '안톤 시거'와도 같은 타협 없는 인간이 되었고, 모든 생명력을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시키고 있다.(당신이 진정으로 '안톤 시거'와도 같은 인간이 되었다면,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이 당신을 비꼬는 말을 할 것이다. 인생을 즐길 줄 모른다면서 말이다. 나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편이다. 나는 세상을 공격하여 돈을 끌어들이고 있고, 그들은 세상에게서 공격당해 돈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뒤, 모든 일차원적 노동을 중단하고 더 높은 차원으로 가려한다. 내 명이 끝날 때까지 전투를 멈출 수는 없다. 혼돈의 세상 속에서, 언제 진짜 재앙이 들이닥칠지는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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